명일동성당 게시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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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atherm] 쪽지 캡슐

2000-02-05 ㅣ No.1092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글쎄...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멀리 이사간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일 뿐.

 

다녀와서 순재와 보영이에게 전화했다.

 

아니, 보영이한텐 그 전에 전화했었다.

 

그분은 보영이를 귀여워하셨으니깐...

 

그저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이라곤.

 

지하철을 이리저리 갈아타고 가면서도 멍했다.

 

친구와 형들 후배들의 한마디한마디에 그저 ’응...’

 

’그러니?’라고 반응하면서도 어떤 얘기엔 지나칠 정도로 몰두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셨더군.

 

그동안 못보던 분들... 아마도 학생미사들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으니.

 

많은 초등부 교사이셨던 분들을 만났고, 리디아 수녀님도 뵈었다.

 

리디아 수녀님께서는 많이 늙으셨다.

 

오래 떨어져 있던 사람들을 보면서 그분들은 나를 기억할까생각했 다.

 

연도 때는 놀랐다.

 

모두들울 었다.

 

모두 들딴사 람 같았 다.

 

오래 떨어져 있던 그분들이나 지금 내옆에서 울고 있는 그들이나

 

모두ㅡ 다른 세상 사람들같았다.

 

아마도 ’그분’과 함께하는 세계였을 거라고 생각했 다.

 

나는 왜 울지 않았지?

 

오늘 내내 큰집에서 외갓집에서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서 게시판에 들어와ㅡ역시나, 사람들의 글들.

 

그들이 조금은 부러웠는데 그이 유는그 들이 다른 세 상에있으므로...

 

그분댁에서의 라면도 생각나고 멍털이도 생각나지만

 

그보다 신부님께혼 났던 생각이났 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마음이 여렸다.

 

아니 여리다못해 상당히 바보같았다. 바보였다.

 

그분께 조금혼 나고 나서 내내 원망했다.

 

그분이 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마음은 나른 그분께로부터

 

떨어뜨려ㅡ영원히 영원히..............

 

그래서 나는 조금씩 더 혼났고.

 

그래서ㅡ 그분이 가실 때 결심했다.

 

’커서 보자구요’

 

무척 당돌했겠지만 그저 그렇게 생각되었다.

 

지금은 이렇게 어리고 얼빠져있어도 나중엔... 크겠다.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훌륭하게 큰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그러나 내 좁은 속 감정의 골은 너무도 깊어서ㅡ

 

역시 쉽사리 눈물이 나지 않았다.

 

역시나 부럽습니다.

 

신부님의 웃음, 신부님의 어린 모습, 신부님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그저 한 어린아이의 생각일 뿐이었지만

 

나는 신부님이 나에겐 한번도 웃어주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제길... 오히려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었는데!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웃긴다고 생각하시겠지요.

 

모두들 신부님을 좋게 기억하고 있는데 나 혼자 이게 무슨 짓이냐고...

 

그래도 들어주세요.

 

그래도... 그 때 먹었던... 아마 영진이 형이랑 나랑 보영이랑 갔었겠지.

 

사제관에서 먹었던 라면은 참 맛있었는데...

 

그 때 신부님 컴퓨터로 삼국지도 했었는데... 그날따라 멍털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내 시야에서. 오직 내가 보고 있었던 것은 그분...

 

내가 관심을 끌고 싶어했던 그분. 모두들 친하게 잘 지내길래 나도 끼고 싶어했던

 

그분의 사제관에 처음으로 와 보았다. 이상하게 내가 새벽미사 나갔을 땐 모두들

 

안 갔었거든... 기뻤다.

 

이제 알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커서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은... 그저 내 모습.

 

더욱 어른스러워진 모습도, 더욱 키가 큰 모습도 그 무엇도 아닌 내모습.

 

그저. 신부님이 나를 봐주길 바랬던 나의 바보같은... 모습.

 

신부님은 처음부터 너를 바라보고 계셨는데도.

 

그래서... 떠날 때 드린 카드를 받으시고 ’고맙다 현준아.’라고 이름도 불러 주셨던...

 

확실하진 않지.

 

그저 자기 위안으로 지어낸 기억일수도.

 

그러나. 오히려 신부님께 서운한 마음에 원래 있었던 기억조차 지워버렸던

 

그런 바보같은 나였기를 오히려 바란다.

 

신부님, 평안히 가세요.

 

신부님한테 가서도 계속 고집피우며 울지도 않던 현준이입니다.

 

지금 모니터에다 대고 울고 있는거 아시죠?

 

결국은... 제가 바라던대로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신부님 정말 갈때까지 아쉽게 하시네요...

 

제가 보영이랑 연락 잘 안하는거 어떻게 아시고....

 

어쩌면 떠날때까지 저를 도와주시네요.

 

차라리, 그럴바에야 보영이랑도 한번 만나고 가시지...

 

어제는 고마웠구요. 그동안 뵙지 못했던 여러 분들을 뵈었으니...

 

글구 그동안 신부님께 엄청 삐쳐 있었는데...

 

죄송해요.

 

그저, 평안히 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제 사제서품때 꼭 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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