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2

인쇄

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1-09-29 ㅣ No.2354

샐리는 언젠가 신학교의 특별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경험했던 일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때 프로그램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학생들을 지도했던 스미스 박사는 학생들을 모두 특별활동 교실로 모이라고 했다. 샐리를 비롯하여 모든 참가자들은 이번에는 또 무슨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처음 학생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넓은 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타겟이었다. 그것은 창던지기 놀이때 사용하는 둥근 표적판이었다. 그리고 벽에서 좀 떨어진 곳에 놓여있는 탁자 위에는 많은 창이 놓여 있었다. 스미스 박사는 학생들에게 종이와 크레용을 나눠주며 말했다. "이 종이에다 여러분이 평소 싫어하는 사람, 여러분을 화나게 했던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겁니다. 오늘 여러분이 그린 그림의 주인공들은 내가 대신 하는 말이지만 여러분에게 자신을 향해 창을 던지는 것을 허용할 것입니다"

샐리의 여자 친구는 자기의 남자친구를 빼앗아간 얄미운 옛친구의 얼굴을 열심히 그렸다. 다른 친구는 자기의 막내 동생을 그렸다. 샐리는 옛날에는 다정한 친구사이였지만 지금은 서로 미워하는 사이가 되어버린 옛날 친구의 얼굴을 그렸다. 샐리는 심지어 그녀의 얼굴에 났던 여드름까지 자세하게 그렸다. 샐리는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실제의 일물과 꼭 같이 그려낸 자신의 그림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림 그리기를 다 마치자 지도교수는 각자의 그림을 서로 잇대어 벽에 붙이게 하였다. 그리고 벽에서 약 4미터쯤 되는 거리에 한 줄로 서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향해 창을 마음껏 던지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탁자 위에 놓여있는 창을 집어들고 깔깔대며 자기 그림에다 창을 던졌다. 학생들은 자기 그림을 제대로 맞히려고 각자 특유의 더니기 폼을 만들어 창을 던졌지만 때로는 엉뚱하게 다른 사람의 그림에 꽂히기도 하였다. 어떤 학생은 너무 세게 창을 던지는 바람에 그림이 찢어지기까지 하였다. 샐리는 자기 차례가 어서 오기만을 기다렸다. 샐리는 비록 그림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너무나도 아프게 했던 옛친구의 얼굴을 향해 마음껏 창을 던져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고 말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순서가 되어 창을 던지려는 순간 지도교수는 시간이 되어 중지할 수 밖에 없다며 작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으라고 말했다. 샐리는 너무 실망하였다. 샐리는 자신의 타겟에 창을 던질 기회를 잃었기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났다. 그러나 지도교수는 샐리의 감정에 전혀 개의치않고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한 후 벽쪽으로 천천히 걸아가 그림들을 모두 떼어내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학생들이 던지 창의 자국들은 바로 예수님의 얼굴모습으로 나타났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깊은 침묵이 교실 안에 가득 찼다. 예수님의 얼굴은 어느 한군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깊게 파이고 찢어지고 망가진 상태였다. 샐리는 마치 2천년 전 우리들 자신을 위해 수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마음이 몹시 아프고 슬펐다. 스미스박사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임금은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것이다’하고 말할 것이다.(마태25,40)" 학생들은 여전히 깊은 침묵 가운데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예수님의 그림을 바라볼 뿐이었다.  



14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