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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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추기경 [cardinal] 쪽지 캡슐

1999-11-03 ㅣ No.707

윤수정 프린치스카에게

 

두번째 편지 잘 받았습니다.

그러나 첫번째 편지에 대한 답을 이렇게 늦게 쓰게되어 미안합니다.

그 편지는 교회안에서의 남녀의 불평등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었지요? 특히 여자는 왜 신부가 될 수 없느냐? 하는 큰 물음이었습니다. 교회안에 남녀의 차별이 심하다고 느끼는데 대해서 나도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습니다.

사실 본당에서도 보면 많은 봉사를 하는 이들은 여성인데 비하여 여성이 충분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그런것은 차차 시간과 함께 고쳐지겠지요. 또 고쳐지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왜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느냐는 것일 것 입니다. 사실 성서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없다는 근거는 희박합니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교회 초창기로 부터 오늘까지 내려오는 전통의 문제입니다.

 

우선 예수님께서도 사도들과 함께 당신의 뒤를 따르는 여성들이(루가 8장 1절-3절 참조)있었는데도 그들 중 누구도 사도로 부르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여성을 차별대우 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 시대에 아주 강한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전통이나 문화속에 여성을 사도로 부르시는 것이 적당치 않다고 판단하셔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것은 물론 나의 사견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아무튼 이런 전통속에서 오늘까지 여성에게 사제직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오늘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리스도 안에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없으니 여자도 사제가 안될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여성사제를 오늘의 교회 신자들이 받아드릴 수 있을지는 대단히 의심스럽습니다.

몇 해 전에 영국 성공회에서 여성사제를 허락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성공회 안에서는 많은 갈등과 분열을 낳았습니다. 상당수 성공회 신부나 주교들이 그것 때문에 성공회를 떠나 가톨릭으로 개종했습니다.

가톨릭 교회안에 여성 사제가 허락되는 경우 같은 분열의 현상이 가톨릭 안에서도 안 일어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나는 우선 같은 여성들이 여성사제를 받아드릴지 의문입니다. 그것은 남아 선호사상이 여성인 어머니들 안에 더 강하지 않는지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성사제가 허락되기 위해서는 성서적으로 신학적으로 더 깊은 연구도 필요하겠지만 동시에 여성이나 남성이나 우선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보는 시각변화, 가치관 변화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같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받아드리는 심적 변화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사제 이전에 사회 활동에 있어서도 여성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여성 시장 기타 여성 지도자들을 낼 수 있도록 밀어 주어야 하겠고 여성 대통령까지 나올 수 있게끔 여성들이 먼저 노력을 더 활발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점차로 우리 모두의 생각이나 가치관안에 남여 평등의 정신이 확립되고 그리하여 남아 선호사상까지 사라져야 하겠습니다. 아무튼 좋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내 답은 충분치 않았지만 참고로 손희송 신부님이 쓰신 책 " 열려라 7성사" 170-175쪽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그럼 안녕히...

                                            혜화동 할아버지

 

 

 

이명희 가타리나 리치에게

 

보내준 편지 잘 받았어요.

가타리나의 신앙생활을 위해서 또 하고 있는 공부를 위해서 나를 만나고 싶다는 원의 잘 알겠습니다. 문제는 시간이지. 자격은 아닙니다. 가타리나에게는 나를 만날 수 있는 자격은 있고도 남습니다. 단지 내가 그런 시간을 낼 수 있을지 지금은 대단히 의심스럽습니다. 내일 나는 인도로 갑니다. 그곳을 교황님께서 방문하시는데 나는 그 교황님께 환영의 인사를 올려야 할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이미 약속된 일들 예약된 강론, 미사 그밖에 약속이 있기 때문에 가타리나와 만날 시간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가 문제입니다. 그럼 안녕히...

 

                                       혜화동 할아버지

 

 

 

송자에게

 

추..추..우..추... 잘 받았다.

가을 향기 가득한 인사와 축하 말에 무어라고 답을 할지 알 수 없구나.

글재주가 있으면 나도 시로써 답을 하련마는 그것도 없으니 그저 마음뿐이야. 고마워. 내일이면 멀리 인도로 떠나니 이것으로 작별인사를 할까? 물론 곧 돌아오기는 하지만.

그럼 시흥 전진상 가족 모두 모두 은총속에 건강하기를.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그리고 다른 것도.. 그럼 안녕.....

 

                                      혜화동에서 할아버지

 

 

 

최복이,미씨족에게

 

보내준 편지 재미있게 읽었지요. 고마워요.

내 사진 어떤 사진인가? 아무튼 빨간색이 잘 어울린다니 듣기에 싫지는 않군. 그리고 미씨족도 이른바 팬인 모양이니 말이야. 이제 내일 인도를 방문하시는 교황님을 뵈오러 뉴델리로 떠나기 때문에 오늘은 이만 줄여야 겠어요. 주님의 은총속에 부디 건강하기를, 안녕....

                                    혜화동 할아버지

 

 

 

******* 사랑하는 친구들!

      

       이렇게 회답을 썼지만 아마도 본의 아니게 빠진 친구들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섭섭하다 생각하지 말고 말해요.

   그러면 인도에 다녀와서 답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모두 안녕히...

                                          1999년 11월 3일밤

                                          혜화동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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