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김수환 추기경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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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광 [theology] 쪽지 캡슐

2000-01-12 ㅣ No.1017

김수환 추기경님 안녕하세요.

 

저는 임주훈이라고 합니다.

 

저의 간절한 사연을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저의 여동생은 2년 전에 사랑하는 이와 행복한 결혼을 하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여동생을 축복해 주었고 정말 진정한 사랑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저의 동생의 남편, 즉 매제와 매제의 부모님과의 갈등 끝에

 

순간적인 감정을 삭히지 못하여 부모님을 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건은 순간적이었지만 그 충격과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동생의 그 아파하는 모습과 눈물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사건은 정말 세상사람 누가 비난하더라도 그 모든 비난을 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매우 큰 충격이었고, 또한 진실로 크나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현재 매재는 1심에서는 사형이 판결 되었고 2심 고등법원에서는 재심중에 있습니다.

 

저 또한 매제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매제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그로 인하여

 

다가온 삶의 커다란 충격과 불행 속에서 여전히 고통과 반성과 뼈저린 회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의 여동생도 인간적으로 보면 같은 피붙이가 아니기에

 

두 눈 감고 고통을 피하려 이혼하여 행복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록 매재로서, 남편으로서 그가 겪는

 

마음 깊은 곳의 고통과 반성하려는 그 마음을 헤아려 보면,

 

정말 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사람을 용서하라는 성서의 말씀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곤 합니다.

 

현재 매제는 자신이 잘못한 바를 뼈가 저리게 느끼고 있고

 

이전에는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그가 하나님과의 만남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모든 이들이 그를 욕을 하고 돌을 던져도

 

저의 동생과 저, 그리고 저의 가족은 그의 영혼을 위하여

 

매일 새벽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재의 천인공노할 죄는 어느 누구도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이 이렇게 한 숨의 재로 아스라히 사라지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 눈물이 앞을 가릴 뿐입니다.

 

김수한 추기경님, 저희 가족은 오로지 기도할 뿐입니다.

 

그의 죄는 크나 그의 생명만은 하나님께서 사하여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저 기도할 뿐입니다.

 

매제는 현재 매우 깊이 반성하고 또한 온전하게 하나님과의 만남을 갖기 위하여

 

감옥 안에서 하나님 말씀을 읽고 하나님의 뜻을 알기에 갈급해 있고

 

또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삶의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추기경님, 저희가족은 이번 주에 천주교 인권위원회에 우리 매제가 처한 어려움을

 

말씀 드리고, 진실로 도움을 얻고자 합니다.

 

제 가족의 마음을 읽으사 주의 은총을 저희 가족에 베푸소서.

 

추기경님이 저희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그 날까지 무례를 무릎쓰고 간절한 그 마음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이도행 님을 믿으셨듯이, 생명을 사랑하는 저희 가족의 진실을 믿어 주십시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추기경님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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