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北의 평화공세, 이중전략일 뿐이다

인쇄

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4-01-04 ㅣ No.10128

전인영/서울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북한이 새해 들어 위협과 대화의 공·수(攻守) 이중전략을 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대화 촉구에 대한 성급한 낙관론이나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면서 “(미국이)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비핵화”임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대외정책 결정사항들은 권력 지도부의 상황 인식과 평가 변화에 따라 돌변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일방적 선언이든 외국과의 합의사항이든 반드시 준수한다는 믿음을 외부 세계에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6자회담을 일방적으로 파탄시킨 것이나 남북간 합의마저 무시한 채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특구를 일방적으로 폐쇄한 일,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백지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서 지난 1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신년사를 통해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백해무익한 비방과 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국통일을 요구하는 겨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북남관계 개선에로 나와야 한다”고 박근혜정부에 대해 남북대화에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간부들도 신년사에 이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나왔다. 북한의 대화 공세는 어려운 내외 상황과 문제점들을 고려한 정책 조정이며,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생각하게 하려는 대남 선전 및 평화 공세의 일환이다.

평화 공세와 대조적으로,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한·미 양국에 대해 ‘핵(核)전쟁’이라는 용어까지 쓰며 위협했다. 그는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이 핵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엄청난 핵 재난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미국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북한은 세계 제1의 핵무기 보유국 미국에 대해서도 이렇듯 무모한 도전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에도 박 대통령에 대해 ‘청와대 안방 주인의 대결 광기’라는 유치한 막말 비난을 쏟아냈으며, 김정은과 최룡해는 “전쟁은 미리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호전적 발언을 했다. 지난해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월 7일에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제2094호)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맞선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와 제2의 조선전쟁 불가피’를 선언함으로써, 한반도 위기가 크게 고조됐었다. 호전적이고 예측하기 힘든 북한의 대화 제의에, 한국 정부가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한국에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 문제와 장성택 처형 등으로 조성된 안팎의 안보 환경을 분석·평가하면, 북한의 의도나 이해득실 계산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북한의 관계 개선 촉구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처사가 못된다. 북한과의 갈등 및 대결 상항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위기 관리 및 해소 차원에서 남북은 대화 채널과 기회의 창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중전략에 대해 다차원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억지력과 방어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동시에 한국은 우월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치산치수(治山治水)와 같은 비군사적 분야의 협력이나 이산가족 재회 및 의약품 제공 같은 인도적 지원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시대는 김일성·김정일 시대가 아니며, 북한 주민의 의식구조도 계속 변하고 있다. 북한의 이중전략을 간파하고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하되, ‘조심스러운 낙관주의’에 근거한 자신감과 북한의 변화를 읽고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 지혜와 적극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142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