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남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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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1999-01-28 ㅣ No.369

 제기동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새벽미사가 있었고

장례미사가 있었고

고대 병원 병자성사가 있었습니다.

 

 고대 병원에 계신 환자분은 우리 본당 교우분은 아니셨습니다.

예전에는 우리 본당 교우분이셨지만,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가셨고

그곳 신부님께서 부탁을 하셔서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쪼금 짜증이 났지만 기분 좋게 병원엘 다녀왔습니다.

 

 40대의 건장한 체격을 하신 분이 병실에 계셨습니다.

겉모습만 보아서는 전혀 환자 같지 않았습니다.

환자의 어머니와 아내가 곁에 계셨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가 준비가 어느정도 되어서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환자분이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저도 기도하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참 젊은 나이의 40대 직장인

직장에서는 능력을 인정받는 유능한 간부였습니다.

2아이의 아버지요, 한 여자의 남편으로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던 가장이였습니다.

제가 얼핏 보기에도 전혀 눈물같은 것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분이였습니다.

눈빛에서도, 몸매에서도 자신감이 느껴지는 분이였습니다.

그런 분이 조용히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첫번째 이유은 혹시 모를 일 때문에 이제 더이상 가족을 책임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오직 자신만을 믿고 살아가는 자녀들과 아내를  생각하면서 흘리는 눈물인 것 같았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이제야 하느님 품에 기대는 한없이 약하고, 한없이 초라한 그런 어린아이와 같은 눈물로 보였습니다. 마치  부모님을 떠나서 가출한 어린이가 숱한 고생 끝에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고, 그런 아이를 아무런 조건없이 받아들이는 부모님 앞에 눈물을 흘리듯이, 그분은 그렇게 하느님 품에 기대어 겸손되이 자신의 삶을 의탁하고 있었고, 그런 그분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옆에서 기도하는 아내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여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새삼 어머니의 강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어머니는 눈물을 흘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남편을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이제부터는 아이들을 돌보고, 한번도 격어보지 못한 일들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에 그 어머니는 눈물을 보일 수 없었나 봅니다.

 

 병실 밖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릴 수는 있어도, 함께 있는 동안에는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그 어머니의 모습이 새삼 기억납니다.

 

 주님!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하는 그 형제를 돌보아 주시고, 이제 그 갸냘픈 어깨로 무거운 짐을 지려하는 그 어머니를 돌보아 주소서. 주님의 크신 사랑으로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직장에 나갈 수 있도록, 전처럼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은총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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