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진실로 따뜻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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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Domi25] 쪽지 캡슐

1999-11-30 ㅣ No.1204

 

 

 따뜻한 햇볕에 내 몸을 맡기는 때가 왔다며 맘껏 양지로 발을 내딛는다.

 눈도 감고,귀도 막고, 마음까지도 닫고.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다 어느 순간 눈을 뜨게되겠지.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내가 그토록 아끼던 장미나무가 시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그 때, 귀가 열려 장미의 작은 외침을 듣게 된다. 이 시린 겨울을 견디는 것이 너무

 버겁다는 장미의 끌리는 외침.

 그제서야 마음까지 열리고  서글픈 현실을 깨닫고야 만다.

 지금이 냉혹한 겨울이란는 것을.  그래서 그토록 따갑던 태양이 잠시 따뜻하게

 느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화려한 장미의 모습이 두려워 사랑하는 장미를 잊고싶었던 게지. 그래서 모든 것을

 막아버렸던 것이다. 만년 겨울인 나는, 장미나무와 함께 겨울을 이겨나가는 것이 나의

 운명임을 안다. 장미 없이는 따뜻한 햇살도 행복이 아님을.

 화려한 장미를 등지는 일이 평안을 가져오리라 믿었던 것은 나의 착각이였다.

 닫혔던 마음은 얼마나 큰 눈물의 바다를 이뤘는지 장미는 알 턱이 없다.

 모두를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다.

 다시는 장미를 이 시린 겨울로 데리고 오지 않으리라.

 그저, 화려한 장미를 바라보고 초라한 나의 모습에 순응하며

 난 그리 사는 것이 더 행복하리라.

 그 것이야 말로 따뜻한 계절이라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림이 한 장 있다. 바로 그 분의 얼굴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훌륭한 작품이라도 이내 곧 질려버리고 마는 나는 , 내 눈 앞에서

 그 그림들을 곧 다른 것으로 교대해 버려야만 한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예수님의 초상화(발현 사진인지, 그림인지...)는 언제나

 나를 사로잡는다. 교대한 그림들을 그리워하는 나는 그런 나 자신을 즐기지만

 주님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은 주님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언제나 그렇게 내 앞에 계시기때문이다.주님 앞에서는 나의 존재를 즐기는 것에

 이미 길들여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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