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그 말씀은 당신을 완전한 사람으로 키울수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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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consola] 쪽지 캡슐

2001-11-25 ㅣ No.7561

사랑하는 자에게 주고 싶은 것은 한 두 가지에 그치지 않는다. 하늘의 별이라도 따주고 싶으나 인력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다. 혹자는 음악을 조선에 주며, 혹자는 예술을 주어 조선에 꽃을 피우며, 옷을 입히며 관을 씌울 것이나, 오직 우리는 조선에 성서를 주어 그 골근을 세우며, 그 혈액을 만들고자 한다. 같은 기독교도로서도 혹자는 기도생활의 법열의 경을 주창하며, 혹자는 영적 체험의 신비세계를 역설하며, 혹자는 신학지식의 조직적 체계를 애지중지하나, 우리는 성서를 조선에 주고자 한다. 더 좋은 것을 주려는 이는 주라. 우리는 다만 성서를 주고자 미력을 다하는 자이다. 그러므로 성서를 조선에!

 

-김교신의 <성서 조선의 해> 중에서

 

 

 

성서 한 권 속에는 데칸 고원의 면화와 간지스 하류의 차잎뿐 아니라 메소포타미아의 풍요함도 그 속에 있고, 양자강변의 융성함과 미시시피 유역의 웅대함도 그 속에 함축되었으니,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인도제국보다 귀중하다 하면, 성서 한 권은 세계전체보다 중차대한 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 세계의 서책 중에서 그 무진장으로 풍요한 부원을 인식하고 그 보고를 개척함으로써 극도로 수척한 반도의 생영으로 하여금 영양에 넘치도록 하고자 하는 희망에서 본 글의 존재가 발원된 것이다. 그러므로 성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단순한 탁상의 이론이 아니다. 전 신앙과 전 생명과 전 생활이 그 동정을 성서와 함께한다.

 

-김교신의 <성서 조선> 제 3권 중에서

 

 

 

 

언젠가 제가 이 사이트에 <우찌무라 간조의 회심기>란 책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우찌무라 간조(1961-1930)는 일본의 한 하급 사무라이 가정에서 태어난 일본의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를 일컬어 하느님의 사랑과 민족사랑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묶어낸 사람이라고 후세사람들은 평가합니다.

 

한국교회에는 우찌무라 간조가 단지 무교회주위자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무교회주위에 대해서 우리는 교회를 해치는 바람직하지 못한 신앙사상쯤으로만 인식합니다만, 이것은 많은 오해로 빚어진 결과에 불과합니다. 그의 무교회 운동이 지닌 속뜻은 교회다운 교회를 세워 나가자는 것이지, 교회를 허물자는 운동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본땅에서 성격의 진리로 위대한 평민을 길러내는 일에 헌신했습니다. 그가 도전하는 <삶의 모습으로서의 평민>이란 성경의 가치관을 따라 아닌 것은 아니라 하고, 옳은 것은 옳다 하며,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그는 이런 평민들이 일본사회의 주인이 되고 일본의 역사를 이끌어 갈떄 위대한 일본이 탄생하리라 믿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운동의 시작과 끝을 철저히 성경연구에서 찾으려 했습니다. 이른바 <일본을 성서 위에 세우자>는 것이었습니다.

 

우찌무라 간조는 일본의 제국주위적 침략을 규탄하다 <비국민>이란 지탄을 받고, 결국 직장까지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동경에서 여섯 평짜리 다다미방에다 젊은이들을 모아놓고 성경을 가르치며 그들 속에서 다시 일본의 미래를 열어 나가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성경공부방에서 전후 일본을 일으킨 기라성 같은일꾼들이 배출되었습니다. 이는 오늘 한국교회가 꼭 본받아야 할 모습입니다.

 

그가 죽음의 자리에서 후학들에게 남긴 묘비는 지금도 그의 무덤앞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 내용이 바로 그의 삶과 정신을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 나는 일본을 위하여          I for Japan;

 일본은 세계를 위하여         Japan for the world;      

 세계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The world for Christ;

그리고 모든 것은 하느님을 위하여And All for God.>

 

신앙과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나라사랑의 정신은 김교신과 함석헌에게로 이어져 <성서조선>의 창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함석헌님의 이름은 들어봤을 지 모르겠지만 김교신선생님의 이름은 모르시는 분이 더 많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이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면서 성서주일이어서 관련된 글을 올려봤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한 주일동안 내내 평안하시길 빕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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