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할아버지를 향한 저의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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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agneskim] 쪽지 캡슐

2000-01-11 ㅣ No.1009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불광동 김희정 아녜스입니다.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좀 많은 저에게도 할아버지라 불러도 좋다는 의미의 답신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아버지께도 안부 전해드렸는데 무척 기뻐하셨어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견진 성사를 받았는데 그 때 할아버지께서 저희 본당에 오셔서 성사를 주셨어요.

기념 사진 찍을 때 제 친구들하고 서로 할아버지 SIGN을 받겠다고 우르르 몰려가서 성가 책 앞장을 펴들고 한껏 귀여운 표정에 애교 어린 말투로 "SIGN 해 주세요" 하는데 옆에 서 계셨던 신부님(아무래도 비서 신부님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께서 "몇 명만 받고 나중에 받아요" 하시더니 제 앞에서 딱! 자르시는 거예요. 흑흑흑 이럴 수가~  결국 저는 성사 후에도 할아버지 SIGN은커녕 악수 한 번 못 해봤어요.

 

그리고 또 한가지!

제 견진 사진을 찍기 위해 저희 아버지가 필름을 두 통 사용했는데 나중에 현상을 해보니 아 글쎄 제 사진은 몇 장 안되고 모두 할아버지 사진인 거예요.  

저희 아버지 말씀이 제 사진이야 앞으로 많이 찍을 수 있지만 할아버지 사진은 언제 또 가까이 에서 찍겠냐 하시는 데 그 때는 그 말씀이 이해가 안됐지만 이제 제가 어른이 되고 보니 그 때의 아버지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제 친구들에 비하면 사정이 좀 나아요.  어떤 친구는 아버지가 할아버지 사진만 찍어서 친구가 나온 사진은 단체 사진을 포함해서 달랑 3장이었으니까요.  어른들 마음은 다 똑 같은가 봐요.

 

아직까지도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저 할아버지 SIGN 한 장 받을 수 있었는데... 그걸 못 받은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할아버지~

 

제가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유명한 아이돌스타의 FAN 들처럼 할아버지 행동 하나 하나에 반응하며 실신하는 사랑이 아니더라도

또 할아버지를 볼 수 없다고 해서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사랑의 표현은 못하더라도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솟아나는 할아버지를 향한 존경심과 사랑하는 마음의 소유자라는 것은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저보다 더 넓고 깊은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할아버지 언제나 건강하세요.  

 

오늘은 이만 끝~

 

할아버지께 불광동에서 아녜스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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