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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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6-14 ㅣ No.5438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23/07/04

 

가끔 냉담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릴 때 어머님께서 매일 아침 일어나 가족을 위해 새벽같이 기도를 바치셨던 기억을 되새기곤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새벽 가족과 이웃을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던 우리 선조들의 신앙이 오늘 우리를 이렇게나마 살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말에 내리사랑이라는 단어가 있듯이, 어쩌면 아브라함에게도 조카 롯에 대한 감정은 참으로 애틋해 보입니다.

 

롯이 살고 있는 동네인 소돔과 고모라의 사람들이 죄악으로 가득 차서 하느님의 징벌을 받게 되자 아브라함은 주님께 청합니다. “진정 의인을 죄인과 함께 쓸어버리시렵니까? 혹시 그 성읍 안에 의인이 쉰 명 있다면, 그래도 쓸어버리시렵니까? 그 안에 있는 의인 쉰 명 때문에라도 그곳을 용서하지 않으시렵니까? 의인을 죄인과 함께 죽이시어 의인이나 죄인이나 똑같이 되게 하시는 것,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온 세상의 심판자께서는 공정을 실천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창세 18,23-25) 그러자 주 하느님께서는 소돔 성읍 안에서 내가 의인 쉰 명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들을 보아서 그곳 전체를 용서해 주겠다.”(26) 라고 답해주십니다. 이렇게 시작한 아브라함의 대속청원은 결국 의인 열 명이라도 있다면, 도시 전체를 살려달라는 애원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오늘 독서를 보면 하느님께서 그 들판의 성읍들을 멸망시키실 때, 아브라함을 기억하셨다. 그래서 롯이 살고 있던 성읍들을 멸망시키실 때, 롯을 그 멸망의 한가운데에서 내보내 주셨다.”(창세 19,29) 라고 나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이러한 청원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랄 수 있는 롯의 아내는 아쉽게도 죄악의 땅 소돔을 잊지 못해 뒤돌아보다가 소금 기둥이 되어버립니다.

 

우리는 이 독서에서 아브라함을 비롯한 우리 선인들이 우리 죄인들을 위해 대신 기도하면서 주 하느님께 청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대신 속량을 청한다는 면에서 대속기도라고도 하고, 전구기도라고도 합니다.

아울러 우리가 짓는 그 많은 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커다란 아량과 무한하신 자비를 기억합니다. 의인을 보아서라도 그 의인이 머물고 있는 고을의 사람들을 모두 살려주시겠다고 하는 주님의 자비에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롯과 같은 소수의 의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의인들에게 목숨을 빚대며 살아가야 하는 축에 들 것인지 하는 문제와 롯의 아내처럼 죄악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소금기둥이 되어버릴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일 수 있겠습니다.

 

주 하느님 앞에 겸손되고 감사드리면서, 거룩해지고자 하는 우리의 갈망을 마음껏 펼치며 살아감으로써, 우리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구원될 수 있도록 살아갑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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