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망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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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5-03-12 ㅣ No.3350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염치란것이 있고 또한 체면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기에 자신의 허트러진 모습을 남 앞에 보이는 것을 꺼려하는게 보통이다.

친한 언니가 노래를 하도 잘하기에 지난 해 11월에 동대문구체육관에서 있었던 송해의 "전국 노래자랑"에 한번 나가보라고 권했더니 대뜸

"내가 망가지는 걸 보고싶으세요?" 했다.

"망가지기는 왜 망가져? 그거 전국민이 보는 프로야. 실력발휘 할려면 그런데 나가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감?"이라고 내가 그랬더니

"우리 국장님, 순진도 하셔라. 그 프로는 노래 잘한다고 되는게 아녜요. 얼마나 잘 망가지느냐? 그걸로 판가름 하는 거에요" 했다.

 

여러사람 앞에 나설려면 망가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

생각해보면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내 체면 생각하고 내 염치, 내 위신 생각하다보면 사람이면 누구나 대중 앞에 나설때 신중해질 수 밖에 없고,그러다보면 하고싶은 말도 입속에서만 뱅뱅 돌고, 그러다 돌아서면 입속에서 간질거렸던 그 말을 못한 것이 후회되고, 맘 속에 스트레스로 쌓이는 경우가 어디 한두번이었던가?

 

엊그제 본당에 오셔서 선교특강을 해주셨던 배수한 데레사 자매님의 말씀에도 그런 가르침이 있었다.

 

"선교요? 그거 내가 망가지지 않으면 절대로 선교 못해요. 에수님 빽 믿고 한번 망가져 보는 거에요. 어떤 형제분이 부인이 성당에 다니는 걸 극구 반대를 하기에 양주 한병을 들고 제가 그 집에 갔죠. 어! 이 아줌마 봐라? 여보 술상 봐와! 하더니 나보고 이리 앉으라데요. 전 술을 전혀 못하거든요. 열이 많아서.위로 이렇게 올라와요. 한잔 같이하자 그러는 데 안 받을 수는 없고, 눈 딱 깜고 예수님!하면서 삼키는데 원셧이래요. 에라! 마셔보자 설마 예수님이 날 죽이랴? 하고 삼켰는데 입이 확끈하더니 째르르 하면서 아래로 내려가는데 정말 죽겠더라구요. 하지만 그날 저는 그집 남편한테서 부인을 성당 보내는데 반대 안키로 허락을 받아 냈습니다. 집에 들왔더니 신랑이 이 여자 선교하러 다닌다더니 이젠 술까지 처먹고 선교하냐?하고 심한 소리도 듣긴 했지만 그 정도로 망가지지 않으면 선교 못하는 거에요"

그리고 또 "가두선교며 호구방문하면서 얼마나 돌아다녔든지 발에 티눈이 박혔더랬어요. 전 속으로 그랬죠. 예수님 발목에 박힌 못하나를 빼서 내 발에 박았다"

참으로 실감나는 말이었다.

역시 망가져야, 나의 위신, 체면, 교양, 다 던지고 내가 보잘 것없는 가장 낮은 자가 돼야만 선교할 수가 있다는 그 말씀은 교만과 위선의 옷을 입은 다시한번 나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는 아주 좋은 말씀이었다.

 

그분 말씀 끝나고 우리 원신부님의 맺는 말씀

"선교는 바로 하느님을 내 안에서 체험하는 기쁨이며 은총이에여. 제가 언제 여러분한테 선교하라 했어여? 그 기쁨을 맛보라 한거에여. 신앙의 참맛.

여러분이 이 늦은 시간까지 여기 앉아서...여러분이 오신게 아니에여. 하느님께서 선택하셔서 여러분을 여기 오게끔 한 거에여. 마음이 기쁘잖아여? 예수님의 제자들이 가슴에 성령이 충만해서, 가슴속에 기쁨으로 가득차서 기뻐서 밖앝으로 온세상으로 뛰쳐나갔잖아여? 우리도 한번 그래보는 거에여. 자- 그럼 우리, 선교합시다! 한번 외치고 끝낼까요?...선교합시다! 그래여. 수고들 하셨세여"

 

그렇다. 기쁨으로 가득차서, 그 기쁨이 끓어올라 내가 그 희열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면 나는 염치고 체면이고 다 잊어버리고 결국 망가지고 말 것이다.

기도하자.그래. 기도하고 기도하자. 내가 먼저 그 정도로 기쁨에 넘쳐야 한다. 참말로 하느님을 내가 알아서, 그분이 나를 그토록 사랑하심을 내가 알아서, 그 기쁨이 나를 폭발시켜서 세상의 헛된 것에 눈 멀어 있는 나를 망가뜨려야 한다.

참말로 위대하신 그분을 내가 아는 그 큰 기쁨이 내 가슴에 충만하여 내가 내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내가 반드시 변할 수 있어야만 한다.

 

나의 주님이시여! 이 죄인을 당신 품안에 받아주시어 그 품속에 안겨있는 행복, 뜨거운 입김, 뜨거운 손길을 느끼면서 당신의 그 크신 사랑과 함께 있는 기쁨으로 이 죄인이 쪼각쪼각 나서 완전히 망가지게 해주소서.

제가 추구했던 세상의 모든 것이 덧없는 것임을 깨닫고 주님과 함께 사는 삶이 이 세상에서 뿐만이 아니라 영원에 이르기까지 가장 복된 삶임을 알게끔, 저를 주님의 한없는 사랑으로 도와 주소서.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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