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부활 제5주일

인쇄

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4-27 ㅣ No.866

부활 제5주일(가해. 2002. 4. 28)

                                                  제1독서 : 사도 6, 1 ∼ 7

                                                  제2독서 : 1베드 2, 4 ∼ 9

                                                  복   음 : 요한 14, 1 ∼ 1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참 변덕스러운 날씨였습니다.  서늘하다가 덥고, 덥다 서늘하고 말입니다.  우리의 마음처럼 말입니다.  언제는 기뻐서 세상의 모든 것을 줄 것처럼 떠들다가도 마음이 바뀌어 아까워하고 아쉬워하는 우리의 마음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일정하지 않고 지속적이지 않은 우리들이기에 항상 불안한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지속적인 마음을 가지지 못하고 변하기에 다른 이들도 마음이 바뀌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으로 불안해하고 변덕을 걱정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전하는 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새끼를 잃은 젊은 암사슴이 젖의 불어 있을 때, 숲에서 굶주린 한 마리의 늑대새끼를 보고 자기 젖을 먹이고 있었습니다.  탁발승이 그곳을 지나다가 그 광경을 보고 놀라 말했습니다.  "무슨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너는 대체 누구에게 애정을 쏟는 거냐.  그런 일을 한다고 늑대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것 같으냐?  그 녀석이 크면 너를 죽일지도 몰라."  사슴은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럼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의 나는 어머니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 말을 들은 탁발승은 '참된 자비는 대가가 전혀 없어도 선을 행하며, 마음이 착한 사람은 남아도는 것을 이웃에게 나누어주지 않으면 오히려 짐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이며, 가르쳐주신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것 그것이 주님께로 가는 길입니다.  길은 그냥 단순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곳, 우리가 목적지로 정한 곳으로 인도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초대 교회 신자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동체 안에 긴장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그리이스 말을 쓰는 유다인들이 유다인들에게 불평을 터뜨리게 되었다.  그것은 그들의 과부들이 그 날 그 날의 식량을 배급받을 때마다 푸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갈등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마 사도들은 이런 불만과 갈등에 놀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뜻을 이루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도들은 그 갈등을 야기한 문제를 덮어두거나 애써 부인하지 않고 그것을 진진하게 인정하였습니다.  권위나 사사로운 이해를 떠나 참된 섬김과 봉사의 정신으로 공동체의 일치를 향한 서로의 인격적 배려입니다.  아마 이렇게 사도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너희는 걱정하지 말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라고 하신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걱정은 버리고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을 믿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사도들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전하였습니다.  불안하고 많은 걱정거리가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목숨을 걸고 사랑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주님이 하시는 일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사랑은 권위나 명예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고, 이익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암사슴이 배고파하는 늑대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것처럼 엄마의 사랑으로 대가가 없어도 선을 행하며, 마음이 착한 사람은 남아도는 것을 이웃에게 나누어주지 않으면 오히려 짐으로 여기는 그 마음입니다.  그 사랑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동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세상 안에서의 자유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는 희망입니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버리려는 자세보다는 처해진 상황에서 하느님 법에 보다 더 가까운 것을 선택하려는 자세입니다.  그 선택의 기준은 암사슴이 베푸는 사랑, 사도들이 자신들의 권위보다는 공동체의 하나됨을 생각하고 스스로 섬기고 봉사의 삶을 살았던 것처럼 우리도 생활 속에서 사랑을 살아가도록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배려하려는 마음과 나누려는 마음을 가지는 겸손한 삶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3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