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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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규 [anttonio] 쪽지 캡슐

2001-03-06 ㅣ No.6167

사랑은 하나를 둘로 나누는 것이라고 합니다 참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하나라는 소유를 둘로 쪼개어 나눌 수 있는 넉넉함... 그 넉넉함이야 하나도 이상할 게 없지만 사랑은 하나를 둘로 나누었을 때 더 작아지는 두 개의 조각이 아니라 더 커지고야 마는 두 개의 조각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크기만큼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잔인한 복수입니다

성숙된 사랑은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에 미숙한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자리만을 고집하지만 성숙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늘 상대방의 자리에 자신이 서보려 노력합니다 결국 사랑의 눈높이는 나의 눈높이가 아니라 그의 눈높이가 기준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사랑이 깊어갈수록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은 사랑한다는 명목하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고 구속하려는 못난 버릇입니다

사랑은 공식이 없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정성으로 사랑을 한 올 한 올 수놓아갈수 있다는 것은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입니다 나만의 사랑법, 그 공식을 내가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은 일방 통행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가기만 하고 오지 않는 길 오기만 하고 가지 않는 길은 사랑의 길이 아니라무관심의 길입니다 서로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잇닿는 길 그 길은 언제나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열려진 사랑의 길이어야 합니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지금은 막혀 있을지 모르는 그 길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가 되어야겠지요

 

미움마저도 사랑의 다른 이름에 불과합니다 애초에 미움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대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이름아래 우리가 지니지 않아야 할 것은 오직 무관심입니다

사랑을 하고 있는 그대 지금은 한 번쯤 뒤돌아봐야할 시간입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사랑하고 있는지를... 만약그 대답에 '너'라는 단어보다 '나'라는 단어가 더 자주 등장한다면 그대의 사랑에는 많은 수정이 필요합니다 나 혼자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진정한 사랑은 절대 찾아오는 법이 없기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은 분단의 아픔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품은 사람은 그 분단의 아픔을 동반한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결코 지치지 않는 법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약속중에서도 사랑했다고 말함은 가장 큰 책임을 요구하는 약속입니다 사랑했다고 말함은 기쁨뿐만 아니라 그의 슬픔과 아픔까지도 나의 몫으로 품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밝음뿐 아니라 그 밝음 뒤에 숨겨진 정적까지도 사랑하겠다는 굳은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갑자기 섬광처럼 찾아오기보다는 서서히 아주 서서히 스며드는 것입니다 가벼운 이슬비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새 온몸을 흠뻑 적시듯이 그렇게 스며드는 것입니다 내 영혼의 빈 들녘을 이슬비로 촉촉이 적셔주다 어느새 강물이 되어버려 어떤 둑으로도 그 크기와 깊이를 다 막을 수 없는 그런 스며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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