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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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추기경 [cardinal] 쪽지 캡슐

2000-01-09 ㅣ No.998

김보경,로사에게

 

보내준 글 읽으면서 솔직히 어떤 말은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고통이 있고 죽음이 있느냐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하느님이 계시다면 인간에게 닥치는 모든 불행을 막아주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이 그 골자인가요?

죄없는 사람이, 죄 없는 어린이가 죽어가는 일,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같은 비극을 왜 하느님은 미연에 방지하지 않으셨다는 것인가?

이런 질문에 내가 속 시원하게 답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 세상에 모든 불행과 악이 하느님께 그 탓이 있는 것 처럼 생각하고 있는데서 이런 의문이 생기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사실 많은 불행과 악은 인간의 잘못 때문인 경우가 많지요.

아무튼 그래도 결국 하느님은 그때 무엇을 하셨는가? 하는 질문을 가질 수는 있겠지요. 그래서 "하느님은 없다"하는 무신론자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모든 탓을 하느님께 돌릴 수 있는가?

또 모든 불행을 하느님이 미연에 방지하도록 기대한다면은 그런 하느님은 어떤 하느님인가? 모든 교통 사고를 막아주는 하느님, 모든 붕괴와 재앙을 천재지변까지 막아주는 하느님, 그런 하느님은 돈을 넣고 원하는 것을 누르면 그것을 주는 자판기 같은 하느님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럴때는 하느님이 우리 인간으로부터 자유를 박탈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하느님은 인간의 실수를 사전에 막을 수 있으니......

이제 우리는 어떤 하느님을 바랍니까? 우리의 자유를 막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행을 미연에 막아주는 그런 하느님을 바라는 것인가?

인간에게는 왜 고통과 죽음이 있는지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이들이 생각해 온 문제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런 경우를 가끔 보게 됩니다. 사람이 고통을 통해서 참으로 많은 슬픔과 아픔을 겪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때문에 인간으로서 더 깊어지고 더욱 성숙되고 신앙적으로도 하느님을 더 깊이 믿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사실 우리에게 고통도 죽음도 없다면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역설적이지만 고통 때문에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버리는 사람도 있고 또 하느님을 원망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서 결국에는 하느님을 더 깊이 믿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고통과 죽음은 우리를 깊이 하느님께로 인도해 주는 은총이기도 합니다. 보경이에게 도움이 되는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안녕....

 

 

 

김현경,안젤라에게

 

보내준 편지 잘 읽었어요.

하지만 나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기는 사정을 잘 모르니 말하기가 쉽지 않아요. 안젤라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주님께 기도한다니 참으로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이 편지를 쓰면서 주님께서 안젤라를 이 어려움에서 구해주시고 당신의 빛으로 밝혀주시며  이웃을 사랑하며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기도해요. 안녕히....

 

 

 

김은정,루시아에게

 

보내준 편지 고마워요.

더구나 내 건강을 위해서 그렇게 염려해 주고 기도해 주니 감사해요.

나는 현재까지는 감기 예방주사를 맞아서 괜찮아요. 더구나 많은 이들이 감기 조심에 기도해 주니 여러분들의 그 정성을 보아서도 감가가 감히 내게는 오지 못할 것이라 믿습니다. 새해에 주님의 은총속에 건강하기를....

 

 

 

유현수,마태오에게

 

보내준 편지 감사합니다.

박희봉신부님 생전에 절두산에서 항상 촬영하던 그 젊은이라니 알듯 말듯 합니다. 아무튼 새해에 보내준 축복 인사에 감사하며, 주님의 은총속에 건강하기를 빕니다.

 

 

 

 

원혜신,가브리엘라에게

 

보내준 러브레터 기쁘게 받았다.

그리고 언제나 사랑과 관심을 전하는 그 마음에 주님께서 은총 가득히 부어 주시기를 기도해 마지 않는다.

새천년 대희년에 하느님의 사랑속에 살므로서 우리 모두 서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자. 안녕.....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다시금 2000년 대희년에 주님의 은총 가득히 받으시어 모두 건강하고

모두 주님의 사랑속에 하나되어 이웃을 사랑할 줄 앎으로써 세상의 빛이되고 땅의 소금이 되기를 기원해 마지 않습니다. 안녕히....

 

 

                                            2000년 1월 9일

                                            혜화동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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