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23/06/29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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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6-14 ㅣ No.5433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23/06/29 목요일

 

베드로 사도는, 이스라엘 갈릴래아 호수에 인접한 벳사이다 출신으로 본이름은 시몬입니다. 동생 안드레아와 함께 어부 생활을 하다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이름을 베드로(반석)로 바꾸시고, 그를 사도단의 으뜸으로 삼으셨습니다. 복음서에 소개되는 베드로 사도의 모습은 소박하고 단순합니다. 예수님을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여 칭찬받기도 하고, 예수님의 수난을 반대하다가 심한 꾸중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로마 교회의 첫 주교로서 첫 번째 교황이기도 한 베드로 사도는, 67년 무렵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열두 제자와는 달리 비교적 늦게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는 본디 그리스도교를 열성적으로 박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을 잡아 가두려고 다마스쿠스로 가던 그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한 뒤 유다교에서 개종하여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방인들이 사는 여러 지역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그 공동체들에 보낸 많은 서간이 오늘날 성경의 일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그는 67년 무렵 로마에서 참수되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보좌 신부 때 본당 신부님으로 모시던 신부님이 계셨는데, 그분은 한 마디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것만을 추구하시던 분이십니다. 언젠가 한 번은 다른 교구 주교님과 시간 약속하고 나가시다가,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거시니까 그냥 그 자리에 서서 그 할머니 이야기를 다 들어주시고는 그냥 기차 시간을 놓쳐 주교님과의 약속을 미뤄버리신 분입니다. 그 할머니가 무슨 대단하거나 급한 사정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끊지 않으시고 그냥 끝까지 들어주신 것입니다. 과연 주교님과의 공식적인 약속을 깨면서까지 할머니의 말을 들어주실 수 있을까? 그것은 비단 자연 세계의 변동으로 인한 기적만이 기적이 아니라, 제 눈에는 그분이 가난한 이와 어려운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신 사목적인 기적으로 보입니다.

 

그분은 한 달에 거의 반 이상을 외출하십니다. 프라도 후배 사제 양성과 정의평화운동, 환경 운동, 노동자 모임, 죄수들 방문 등등. 그런데 그때 본당의 선교분과장님은 제가 있는데도 제게는 부탁하지 않고 꼭 본당신부님이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리시다가 세례를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그 신부님은 피곤하실 텐데도 다음으로 미루지 않고 들어오시자마자 바로 선교분과장님과 병원으로 가서 세례를 주고 오십니다. 제가 옆에서 비상세례는 수녀님이나 구역장님들이 주셔도 되는데 왜 그것까지 가시느냐?”라고 투정어린 잔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본당 신부님이 세례를 주고 오면 그분이 사경을 헤매던 환자라도 중환자실에서 며칠 후에 살아서 제 발로 걸어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런 신부님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하셨습니다. 이분 성함이 구 요비 욥 주교님이십니다. 우리 모두 축복을 받았다고 느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마태 16,15) 라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나옵니다.

 

구 요비 욥 주교님은 제게 주 하느님께서 전례나 교리나 사목적 프로그램에만 숨어계시지 않고, 주교님의 사목생활을 통해 생생히 살아계신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후계자들인 욥 주교님을 비롯한 교구장님과 주교님들과 신부님, 수녀님, 선교사, 평신도 봉사자들을 통해, 주 하느님께서 살면서 일러주신 복음의 물결이 우리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온 세상에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기를 기대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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