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 우리들의 아버지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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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연 [theresa1125] 쪽지 캡슐

2009-02-22 ㅣ No.995

존경하올 우리들의 아버지,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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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존경하는 김수환 추기경님께!


추기경님!


늘 저희들 곁에 계실줄만 알았는데

기어이 떠나고 마셨네요.

기어이....


오틸리아가 모처럼 시간여유가 된다고 해서

2월 15일 제주섬으로 가족여행을 떠났거든요.

로댕이랑 오틸리아 요한이 저 그렇게 넷이서요.


그런데 추기경님께선 16일에 저희들 곁을 떠나버리셨어요.

편찮으셔서 입원 퇴원을 하시다가 

아주 입원을 하셨다는 소식을 듣기는 하였지만

이렇게 갑자기 떠나버리실 줄은 몰랐거든요.


바다와 구름과 바람과 돌멩이 억새풀 유채꽃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제주섬에서

오랜만에 네 식구 행복한 시간 속에 머물면서도

당신께서 유리관에 누워계시는 그곳 명동성당에 달려가

마지막 가시는 모습을 뵙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던지요...


서귀포 성당에 들어가

감실 앞에 앉아 주님께 기도드렸어요.

우리 훌륭하신 추기경님 영혼을 

거룩하신 주님 품에 안으시어

주님 계시는 천국에 단숨에 들어올려주소서!  라고요.


그리고 제 영혼에 날아오신 추기경님께 여쭈었어요.

추기경님 지금 행복하시지요?

그 많은 세월, 정신적 육신적 고통에서 해방되시어

그리워하시던 어머님도 만나뵈옵고

주님 성모님 품에 안기시어

갓난 아기처럼 편안하고 행복하시지요? 라고요.


추기경님께선 아주 작은 실눈으로 웃으시면서

아이구 이제 살았다. 나 명동에서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정말 힘들었거든....

그런데 죽어보니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얼마나 포근하고 좋은지

아아 너무나 행복하단다. 여긴 완전 짱이야 짱! ^^*

이제 너희들을 위해서 마음놓고 기도해줄께.

아가 아무 걱정 말고 기도하렴!
 
하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


온 국민의 애도의 물결은

아름다운 우리민족 대 화합의 잔치였어요. 

그 어느 누가 이런 국민의 응집을 이룰 수 있었던가요.

항상 가난한 이들을 찾아 사랑을 쏟아부으시면서 
 
평생 가난을 몸소 실천하신 분.

당신의 겸손과 사랑이 녹아내려서,

당신의 용서와 온유가 흘러내려서,

온 국민의 영혼에 코팅이 되어

다들 그렇게 착한 어린 양이 되어버렸나봐요.^^*


추기경님!

몇 년 전이었나요?

당신께서 추기경님 고별미사 하실 때에 명동 성당에 갔었어요.

전 늘 게으름을 피우느라 지각을 잘 하거든요.

그날도 늦어서 성전에 못 들어가고 마당에서 미사를 드렸답니다.^^*

당신 강론말씀이 무척 맑았다는 기억,

미사 후 고별시간에 "난 알아요오 ~" 그런 노래를 부르셨지요.

그때에도 생각했어요.

저 어른께선 어쩜 저렇게 맑고 순수하실까.. 

연세가 드실수록 더 맑아지시는 분, 저런 분이 바로 聖人이시지.. 라고요.


미사가 모두 끝나고 났는데 당신께서 마당에 나오셨지요.

너무나 섭섭한 신자들이 서로 당신 손을 잡으려고 밀고 당기고 야단이었어요.

당신께선 순한 양처럼 아니 흐르는 물결처럼 당신 몸을 내어 맡기신 채

신자들에게 떠밀려 다니셨어요.

덕분에 저도 그 무리에 밀려 다니디가 영광스럽게도 감히 당신 손을 잡았답니다.

순간!  당신 손은 저 높은 데에 계시는 추기경님의 손이 아니라

그냥 연로하신 노인 할아버지의 손이었어요.

아! 추기경님께서 이렇게 늙으셨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답니다.


추기경님!

`83년쯤이었을까요? 홍콩에 들리셨었는데  생각 나시나요?

추기경님, 두 분  대주교님, 세 분께서 다른 나라에 가시면서 잠시 들리셨다고 하셨어요.

홍콩 한인 천주교회 신자들이 너도 나도 모여 추기경님 대주교님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였지요.

그 식당에서 함께 일일이 가족사진을 찍어주셨답니다.

그때 찍은 사진을 가보로 소중하게 모시고 있답니다.

저는 요한이가 두 살 때..  한창 힘들던 시절이었어요.

제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던 때였지요. 사진을 찍을 때도 도저히 웃음이 나오지 않았어요.

오틸리아를 아주 귀여워해주셨지요.


그 때에도 추기경님께선  도대체 권위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너무나 소탈하신 분 겸손하신 분이시라고

신자들이 입을 모아 칭송하였지요.


추기경님!

제주도에서는 4박5일,  김포에는 19일 저녁 7시 반에 도착하였어요.

공항버스 타고 집에 오니 9시...

어지간하면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어요.

20일 장례미사에 가기로 하고 아쉬운 맘을 달래었지요.

온 나라가 추기경님을 노래하고 있었어요.

신문을 펴도 테레비를 틀어도 사람들을 만나도

온통 추기경님 이야기 뿐이었어요.

거룩하신 당신의 겸손하신 향기가

온누리에 퍼져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지요?


20일 완전무장을 하고 지하철을 탔지요. 감기에 걸릴까봐서 켜켜로 껴입었어요. 

모자를 뒤집어 쓰구요.길다란 머플러로 입을 두바퀴나 돌렸어요.^^*

9시 40분쯤 도착했는데 가톨릭센터 마당에 자리가 많았어요.

화면이 잘 보이는 자리에 섰지요.


장례미사

긴 세월동안 거룩한 사랑을 몸소 실천하시다가

저희들에게 너무나 많은 사랑을 남겨주시고

드디어 주님 품으로 떠나시는 우리들의 거룩하신 아버지..

하늘나라에서는 큰 잔치가 열리고 있을 터였어요. 

그런데 장례미사를 통해 추기경님께선 저희들에게도 잔치를 베풀어주신 거지요.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주님 떡을 나누어 먹으면서

사랑도 나누고 슬픔도 나누고 눈물도 나누고 위로도 나누고 착한 의지도 나누는

거룩한 잔치 아름다운 잔치....


고별식을 하는데

생전의 추기경님 모습이 화면으로 비치면서 맑고 거룩하신 추기경님의 말씀이 들려오니

울음이 복받쳐올랐어요. 

석달 전에 돌아가신 엄마 생각도 간절했구요.

순간 저는 당신께 기도를 드렸지요


추기경님!

저희 엄마께서 83세로 지난 11월 21일날 돌아가셨어요.

착하신 엄마께서 오래도록 고통을 받으시다가 돌아가셔서 참 많이 슬펐어요.

추기경님! 우리 엄마 좀 부탁드립니다.

가엾으신 우리 엄마 손좀 꼭 잡아주시구요. 

천국 들어가실 때 우리 엄마 이계성 마리아님을 꼭 챙겨주세요 네?!!

추기경님만 믿을께요!!! 라고요.


추기경님의 나무 관이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은 모두 서둘러 도로변으로 나가 쭈욱 늘어서기 시작했어요.

저도 그 대열에 따라 섰지요.

전경 청년들이 1~2m 간격으로 서서 사람들을 통제했어요.

추기경님 타신 캐딜락이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고개를 쭉 빼서 보려고 하면

옆에 섰던 전경 청년이 "물러 서세욧! 라고 하면서 즉시 제제를 가했어요.^^*


한참 있다가  무슨 차가 오는 것 같아 추기경님이신가 봤더니

경찰 오토바이가 두 대씩 한 쌍, 또 한 쌍, 또 한쌍, 그렇게 많이 지나갑니다.

그 다음엔 경찰 백차가 또 몇 대가  지나가는 겁니다.

왓따 우리 추기경님 디따 높으시네, 돌아가셨는데도 경호가 이렇게 삼엄하다니...

하고 있는데 곧바로 추기경님이 타신 까만 캐딜락이 제 앞으로 다가왔어요.

전경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팔을 쭉 빼서 지나가는 캐딜락을 만졌어요.

마치 추기경님 손을 만지는 것처럼요. "추기경님 부디 안녕히 가세요!"라고 하면서요.

그런데 막 눈물이 났어요. 고아가 된 것처럼 온 세상이 무너져 내렸어요.

그래서 그 캐딜락을 따라서 울면서 마구 달려갔어요.

추기경니임! 엉엉, 추기경니임! 엉엉, 하면서요.

캐딜락 뒤로 정추기경님 승용차, 주교단 버스, 유가족 버스, 사제단 버스, 또 사제단 버스....

붕붕 다 달려가버리도록  있는 힘을 다해 따라가다가 결국은 못 따라가고

당신 가신 그 길만 쳐다보면서 바이바이 눈물의 손을 흔들었어요.


아아 ~ ~

당신께서 떠나시니 빈 자리가 이렇게 뻐엉! 뚫려버렸네요.

인간의 언어로는 다 표현할 길 없을 아름다운 영혼의 스테파노 추기경님!
 
당신은 이 땅의 聖人이심이 분명하셔요.

이제 주님의 포근하신 품에 안기시어 영원한 행복을 누리소서!

그리고 저희들을 위해서 빌어주소서!!!


+ 주님!

우리 추기경님께 안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추기경님을 당신 품에 꼬옥 안아주시고 등을 하염없이 토닥여주세요.

주님께서는 자랑스러우신 우리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을 통하여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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