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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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만 [1004mjm] 쪽지 캡슐

2000-03-21 ㅣ No.1396

 
 
★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지은이 : 이정하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 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서로의 주위를 살펴주는 것을 배우고,

누가 누구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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