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하느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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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정 [cecil11] 쪽지 캡슐

1999-05-19 ㅣ No.545

안녕하세요? 청년성서모임의 전세실입니다. ( 중고등부의 그 세실이지요.) 지난 주말에 봉사자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요즘 스스로 지쳐있다고 믿고 있었던 터라 그런지 많은 기대를 하고 열린 마음(?)으로 참여한 탓인지 참 좋은 시간들이였습니다. 하느님 나라 이번 피정의 주제는 하느님 나라였습니다. 마태오 복음의 산상수훈을 위주로 하느님 나라에 대한 강의도 듣고 나눔도 하고 결국 내린 결론은 하느님 나라는 우리 안에서 이미 시작되었고, 또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전엔 말로만 알고 지나갔던 사실이지만, 피정을 받고 나니 하느님 나라 선포에 대한 의무감 및 긍지가 마구마구 생기더군요. 에고고 사실은 월요일날 벅찬 느낌들을 남기고 싶었는 데 사정상 며칠이 지나버리니까 조금은 ... 사실 이번 피정 후에 제가 얻은 것은 하느님 나라 보다도 제 자신에 대한 커다란(?) 발견이었습니다. 피정가서 엄청 울었습니다. 뭔가 깨달아서가 아니라 제 감정에 사로잡혀 마구 울었었습니다. 지난 주에 작년에 저희 교리반이었던 학생이 스스로 하느님 곁으로... 처음에 우리 동네에서 어떤 아이가 성적때문에 자살하였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친구에게 " 치,그런 아이두 있구나."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런 후에 설마 우리반 아이들은 아니겠지란 생각이 자꾸 들더군요. 근데, 금요회합 시간에 그 아이의 이름을 들었을 때 너무나 놀라 눈물만 나오더군요 피정 전에도 가끔 저를 우울하게 만들던 그 아이가 피정 중에도 자꾸 떠오르더군요. 그건 감정일 뿌이다 잘 무시(?)를 하며 피정을 받다가, 하느님 나라에 대한 확신이 서는 순간 그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저를 슬픔으로 몰아 넣어 버렸습니다. 그 아이가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느끼지 못하고 떠났다는 게... 그 감정이 저를 사로 잡아 피정 막판엔... 제가 거기에 걸려 주저안지 않도록 해달라 기도드리며 저를 진정시켰습니다. 어느 순간 냉정해 지더군요. 집에 와서 또다시 그 아이 생각에 슬퍼하며, 엄마께 다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제가 그 아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속에 있는 내 모습을 슬프게 만들고 자꾸 남들에게 보이려 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어릴 적 이야기까지 꺼내가며 엄마와 함께 내린 결론은 저는 슬픔 이란 감정 속에 제 자신을 밀어 넣기를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그렇더군요. 내가 왜 슬퍼하는 지도 모르면서 눈물 흘리고, 또 어느 순간엔가 웃고 있는 제 모습. 스스로 슬픈 상황에 있길 만들어가는 저의 모습 그 모습을 직시하고 나니, 다시 일어설 수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죽음이 안타깝습니다. 슬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거기에 걸려 주저 앉지 않으렵니다. 그 아이가 느끼지 못하고 갔을 하느님 나라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더 완성(?)시켜 나가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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