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불이 나야 하는데.......(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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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5-03-12 ㅣ No.3352

마누라를 통해 우리본당에서 성령기도회 일일피정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반신반의  했다. 근래에는 없었던 일이었기에 그랬다. 

"아니, 뭐야? 우리본당에서 한데? 그거 본당신부님한테 허락 받았어?"

"신부님께서 피정 하라구 하셨는 데"하며 우리 마누라가 애들처럼 신이 났다.

"정말로?" 내가 재차 물었더니

"이 양반이 내가 언제 당신한테 거짓말 하는 거 봤어?" 한다.

난 마누라 표정 하나는 기똥차게 잘 읽는다. 틀림없는 것 같았다.

 

사실이지 예전에 우리본당에서 성령기도회 피정한다고 방을 붙이고 인쇄물을 만들어서 뿌리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 들었다. 시내 버스종점이라는 지리적 잇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꽃동네 오웅진신부님이 오셨을 때는 아랫층 윗층, 계단에까지 사람들이 하얗게 모였던 것을 내가 본 기억도 난다.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프로그램 중에 치유를 한다는 거. 그건 내가 보기에 좀 그랬다. 신부님이 하시든, 치유봉사자가 하든.......

터미널 대머리의 애기를 듣고서도 나는 믿지 않았다. 

"짜샤. 쓸데없는 소리 말어. 병이 나을려니까 나은 거지 빛은 무슨 빛이?, 빛이 내렸다 치자, 네 말더나 생전 처음 간 죄덩어리 너한테 빛이 날아 오냐? 그러구 너 군대도 안갔지? 총알 맞으면 원래 맞은 쪽인 앞구멍은 작고 총알이 뚫고나간 뒷구멍 쪽이 큰거야. 넌 등 뒤에서 빛이 쾅 하고 치더래며? 썰 풀 데가 없어 나한테 그런 썰 푸냐? 이래뵈두 난 천주교 영세한지 10년이 다 돼 가, 짜샤. 공자님 앞에서 문자 쓰지말어"했었다.  

 

그러나 성령기도회 피정, 아이들처럼 박수치면서 노래하고, 기타며 올갠에 쿵짝쿵짝 하는 그 분위기가 나는 정말 좋았다  아이처럼 좋았다. 그 속에 가서 끼여앉으면 나도 모르게 금세 아이가 되어 주위를 의식 안하고 박수를 치며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신바람이 났다. 때로는 짜릿짜릿한 쾌감까지 온몸으로 느끼면서...

강사님의 말씀도 그때는 쏙쏙 내 귀에 잘도 들어 온다.

그러다가 치유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나는 갑자기 김이 새서 밖앝으로 나와 버렸다.

마누라가 "고마리아 자매님 그 양반은 치유를 잘시켜요, 당신이 눈으로 못봐서 그러지"하면

"웃기지 말어. 미친 소리 할려면 앞으로 기도회구, 나발이구 나가지 말어. 알았어?"하며 나는 지금도 그것만은 아내한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런다고 해서 그런 일(기적이나 기적같은 치유)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글을 쓰다보니 글이란 것이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신명이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한때, TV드라마를 쓸때 50분짜리를 쓸려면 2백자 원고지 100장은 써야 하는 데 처음 10장 정도는 내가 머리를 써서 이렇게도 써 봤다 저렇게도 써봤다 하지만, 10장이상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다음 장면이며 대사(臺辭)까지 그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마치 내눈에 화면으로 보이듯이, 내귀에 스피커로 들리듯이 글이 써져 나갔다. 짧은 글이 아닌 긴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었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를 써가면서 쓴 드라마는 내가 봐도 재미가 별로 없고 신명이 내려서 정신을 홀랑 빼고 쓴 것이 훨씬 재미나고 감동적이며 신문에 난 평 또한 좋았다, 글을 써도 긴 글은 꼭 그랬다.

(이건 방송극작가 김수현씨도 글을 쓸 때 내 경우 같았다고 인정했으니까 틀린 말이 아니다.)

 

어쨌든 우리본당에서, 더구나 새로 오신 신부님께서 허락하셔서(마누라 말에 의하면 '시키셨다'고 하지만) 우리 마누라가 좋아하는 성령기도회 피정을 한다니까 나도 기분이 퍽 좋았다.

마누라는 또 기도에 들어갔다. 기왕에 하던 9일기도 반기도, 구역기도에 이젠 성령기도회 피정을 위한 본당기도회 합동기도까지 줄창 기도하러 다니느라 정신이 푹 빠져 있었다.

저렇게 좋아 하는데 일일피정이 잘 되야 할텐데 하는 마음으로, 성당에 갖다붙일 벽보도 내 손으로 써주고,구역반장 모임에 나눠주라고 찌라시도 만들어 주면서. 모처럼 하는 거 잘 되길 바라면서 나도 내 기도지향에 그걸 넣었다.

 

드디어 지난 8일 화요일 오후 1시부터 그 피정이 몇해 만에 우리본당에서 있었다.

직장에 메이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참석할 수는 없었고, 강신영 골롬바님 말씀시간에 들어가 좋은 말씀을 잘 들었다. 그토록 기도한 덕분인가, 평일 낮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50명은 온 듯 보였다.

"주보에 찌라시를 넣어서 돌릴 것이지. 그러다 100명이나 150명쯤 오면 어쩔거야?" 아내를 야단치며 걱정을 할라치면

"걱정 마세요. 예수님이 자리 채워주실 테니까, 200명은 넘게 올테니 보세요." 하더니 말대로 됐으니 일단은 다행이었다.

 

이날 말씀봉사를 하신 강신영 골롬바님은 교구 말씀봉사자 교육수료 1기생이었다.

목소리가 남자 목소리처럼 걸걸하지만 역시 카리스마가 있었다. 본인 말씀 중에도 그런 얘기를 하셨지만 중풍이 어떤 병인가? 중풍을 맞고서도 자그마치 19년, 이젠 휠체어가 아니면 나다니시지도 못하는 70을 바라보는 연세가 다 돼 가지만 어디든지 "말씀 좀 해주세요" 하면 돈을 주든 안주든 그 몸을 끌고 열심히 다니시는 그 모습이 곧 그분의 말씀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해 전에 내가 본당 교육분과장을 할 때도 이기정 신부님께서 허락하셔서 이때 쯤 그분을 모셔와서 강의를 했었던 기억 나는데 이번에 하신 말씀은 전에 못 들어본 레파토리가 많았다. 특히 그 중 하나가

"어떤 고아원의 원장님이 고아원의 아이중의 하나가 생기기도 잘 생기고 똑똑하기 짝이 없는데 다리를 쩔룩이는게 보기가 안타까와서 걔를 데리고 어느 젊은 의사를 찾아 가서 얘를 좀 고쳐주면 아이가 보통아이가 아니니까 뒷날 가면 큰 인물이 되어 보답할 겁니다 하고 사정을 해서 그 의사가 그 아이의 후견인이 되어 수술을 공짜로 해주었더니 그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선생님 이다음에 커서 꼭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25년이란 긴 세월이 지난 다음에 우연히 그때 그 의사가 차를 몰고 길을 가다가 옛날 그 고아원의 원장님이 걸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차를 세워 인사를 한 후, 그 아이의 안부를 물었답니다. 예전에 제가 고쳐준 그 아이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했더니 원장님이 대답하시길 '그 아이 말입니까? 그 아이는 지금 감방에 가 있습니다.'하더랍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 똑똑한 아이가 왜?' 했더니 그 고아원 원장님께서 의사에게 하시는 말씀이 '우리는 그 아이의 다리는 고쳐주었지만 그 아이가 가야할 길을 그 아이에게 가르치진 못했습니다. 그게 지금 그렇게 후회될 수 없습니다. 그때 그 아이에게 길을 어떻게 가라, 이렇게 가라, 저렇게 잘못 가면 안된다, 그런 얘기를 안했던 게 지금와서 생각하면 얼마나 후회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하시더랍니다."

하시면서 강신영 골롬바님은 

"선교요? 선교, 즉 복음전파는 바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며 의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곧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내리시는 은총임을 아셔야 합니다. 저를 보세요. 중풍맞아 19년에 이렇게 멀쩡하게 말도 잘 하잖아요. 여기 앉아있는 제가 바로 은총의 산 증거입니다. 이럴땐 박수가 나와야 하는데...."

 

그 말씀을 들으며 사람들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떤 길인가를 생각하며 점점 뜨거워져 가는 것 같았다. 나중에 들으니까 말씀 중에 내내 울었다는 사람도 몇분 있었다 했다.

 

파견미사 끝에 주임신부님께서 안수를 주셨는데 글쎄다.

우리 신부님의 안수를 받다가 팍팍 쓰러지는 사람도 있었다니!.

글쎄? 우리 마누라가 거짓부렁 할 리도 없고, 우리 신부님 손에 무슨 능력이?....?

어찌됐던 놀랍고, 좋은 일이었다.

 

이제 불이 나야 할텐데, 활활 타야 할텐데...선교의 불꽃이 우리 본당에 활활 타올라 서 예비신자들이 한 200명 쯤, 300명쯤 오면 안되나?

제발 주님! 이 무지렁이 같은 이 죄인도 벌써 2명이나 약속받아 놨잖습니까?

불태워 주세요. 주님 제발, 저희들 정성을 받으셔서 우리본당 신자들 그리고 저도 좀 더 태워주세요.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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