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뜻밖의 초대

인쇄

최향숙 [joanchoi] 쪽지 캡슐

2001-04-10 ㅣ No.2347

따ㅡ릉 따르릉ㅡㅡㅡㅡ 금요일 0시 15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지는 그 시간에 그렇게 전화가 울렸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촌 오빠가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당수가 3단이고 팔뚝이 얼마나 무쇠인지 나를 한쪽 팔에 매달고도 온 마당을 뛰어 다니는 얼마나 건장한 우리 우리 오빠인데.. 확인을 해 보려 수첩을 찾아도 그 오빠의 핸드폰과 집 번호뿐. (제 사촌은 40명 쯤 됨) 왜냐하면 그 번호는 우리 모두의 포스트였고, 사랑방이고,해결점이었으니. 아니 그럴리가 없지. 장난이 심한 우리 오빠는 이제 겨우 돼지띠인데... 아침에 올케한테 "메롱" 하고 나갔다는데... 만날때 마다 "최 염사"라고 부르며 자기를 닮아 염쟁이가 되었다고 흐뭇해 하고 자기가 만난 하느님이 최고라고 맨날 입만 열면 자랑하고 레지오 10년 개근을 불과 2달 남겨두었다는데... 신부님도 울먹이신 고별사에서 그렇게 많은 감투를 쓴 줄 알았습니다. 꾸리아 단장, 꼬미시움 단장, M.E 대표 부부, 꾸르실료 간사....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일찍 갈라구 그런 걸 다 맡았나보다고 하셨는데 그 성당 사람들은 우리를 위로하며 "하느님이 제일 예쁠 때 데려가셨다" 그래요. 올케는 구름같이 몰려든 연도꾼들을 보며 가족들 한테 소홀하다고 불평만 했는데 이렇게 사랑한 사람이 많았으니 어찌 집에 와서 나눌 사랑이 있었겠냐며 새삼 이미 없는 오빠에게 넋두리를 해 보고요. 잘나지도 많이 배우지도 넉넉하지도 않았지만 돌아보니 하느님의 포도밭에 성실한 농부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뜻밖의 초대로 심장마비라는 사인을 가지고 또 그렇게 우리 모두를 황당하게 초대 하는 자리에서 우리 모두는 울고, 먹고, 연도하고, 또 울고 ,먹고 하며 그 오빠의 주특기인 "모두 모여!" 를 했지요. 성당 마당 가득히 따라 나서는 젊은 여자,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보며 오히려 그 동안의 내 삶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부르심을 듣는 바로 그 시간에 즉시 "예" 할 수 있으려면 언제나 "예" 하는 사람이어야 했었는데... 뜻밖의 초대에 뜻밖으로 다녀온 부산에서 저는 새삼 언제나 깨어 있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몽치가 되어 저를 깼습니다. 오늘 묵주 기도는 이미 하느님의 품에서 참평화를 누리실 내 삶의 인도자 우리 오빠, 최 진수(야고보)를 위하여 봉헌하며 주님께서 제게도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기도합니다. 죽음을 다시 묵상하게 해 준 우리 오빠에게 감사하며 다시 새로운 각오로 포도밭으로 나가려구요.

4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