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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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태신부 [jtjee] 쪽지 캡슐

2000-02-07 ㅣ No.1627

95년 겨울

흰 눈이 쌓인 마법의 성으로 연수를 갔었습니다.

 

너무나도 힘든 일정이라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열린 마음이 아닌 닫힌 마음이 되어가고........

 

반항심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성찰을 하라며 음악을 틀어 주었는데,

 

어라! 유행가

"가시나무"

 

왜 하필이면 유행가인가??

교회에 그렇게 좋은 노래가 없나.........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

 

 

내 안엔 나 말고 그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을 이해 할 수도

남에게 배려 할 줄도

내 것을 남을 위해 내놓을 줄도 모르고

오로지 이기적인 '나'였습니다.

 

아무리 등뒤에서 나를 두드려도 나만을 고집하고

그런 저 때문에 예수님은 또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요.

 

"베로니카야, 내가 있지 않느냐 나에게 기대거라. 베로니카야!"

지쳐하지 않으시고 '언젠가는' 하며 그렇게 계속 저에게 손짓을 하셨겠죠.

 

 

 

세월은 어김없이 흘렸습니다.

그때 괴로워하며 그 밤을 그렇게 새 하얗게 지샜건만

베로니카는 아직도 그 때 그 모습 그래로입니다.

아직도 이기적인 '나'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아직도 잘 던지는 '나'

 

내 속엔 나만이

내 속엔 가시만이 무성합니다.

 

그토록 남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건만

무뎌지지 않는 나의 가시들을 보며

이 밤을 또 그 때처럼 하얗게 지새웁니다.

 

아직도 변함없는 저이지만 주님께서 사랑하시기에

언젠가는 변할꺼란 믿음으로 또 주님께 고해를 봅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특별할 것도 없지만

그 분을 느끼던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내 안에 가시들 틈 속에서 나를 보듬으려는 그 분을

 

누군가는 나에게 "사악한 용숙이"라 합니다.

그래서 ID도 "희빈 장씨"인가 봅니다.

 

그러나 "회심하는 베로니카"로 늘 남고 싶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놓지 않으시니 까요.

당신께서 저를 사랑하시니 까요.

 

제 가시에 계속 찔리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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