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1344 성경대로 삽시다에 대해서

인쇄

서채석 [suhjohn] 쪽지 캡슐

2002-04-09 ㅣ No.1351

님의 글에 대해 가톨릭("카톨릭"이 아님) 평신도로서 제 생각을 피력코자 합니다.

님을 비판하거나 비평하자는 의도는 추호도 없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1. 먼저, 우리말 번역본 성서 자구에 대해 너무 얽메이지 마십시오. 혹 불완전하게 번역된 우리말에 집착하다보면 대의를 그르칠 수도 있으니까요. 국문법을 조금만 안다면 (먼 나라의 얘기도, 역사도 아니고, 글씨 해독하느라 힘들이지 않아도), "하나님" 대신에 "하느님"이 맞지 않겠습니까 ? 이 단어마저 님의 여러 고찰과 고증이 필요합니까 ?

 

2. 님의 주장이 언뜻 다 맞는 것 같지만, 님은 성모님의 신앙심에 대해서 간과하셨습니다.

성모님은 별다른 신앙심도 없고, 무지하고, 일개 평범한 여인으로 가정했을 때는 님의 얘기가 맞는 것처럼 들리겠지요. 예언자 한 사람이라도 부르심과 기름 부으심을 받을진데, 하물며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잉태하는데 성부께서 실수하시듯 그렇고 그렇게 임신하시게 했겠습니까 ?  그 분의 원죄의 고리를 끊어서 잉태시키셔야 아드님도 흠 없고 죄 없으신 분이 되지 않았겠습니까 ? 비록, 성서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더라도 하느님께서는 그 분을 뭔가 특별하게 준비시키시지 않으셨겠습니까 - 설혹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였을지라도.

저는 창세기 때 이미 하느님께서 그 분을 예비하셨다 믿습니다.

 

3. "누가 내 어머니고, 형제냐 ?" 예수님이 말씀하셨다고, 그 분이 성모님 자체를 부인한 것이겠습니까 ? 행간을 읽으라(read between the lines)는 말이 있습니다. 열심히 믿고 따르면 그 분 이상으로 더 잘 대해주시겠다는 의도이셨겠지요(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성서에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이 여러 곳에서 나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 하느님께서 정작 본인을 낳아 준 어머니를 무시하셨겠습니까 ? 가나 혼인 잔치 때의 얘기는 님이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하신 것 같습니다. 그 부분 어디에 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부연 설명되어 있습니까 ? 거기에 그렇게 심오한 뜻이 있었습니까 ? 중요한 것은, 얼마되지 않은 시차를 두고, 예수님은 때가 아닌데도 성모님께서 원하시는대로 해 주셨습니다.

 

4. 못 알아 들었다고 바보였습니까 ? 원자, 분자의 개념이 없는 원시인은 지금도 그 얘기를 못 알아 들으며, 인간의 상식과 지식은 한계가 있어서 본인이 알고 있는 만큼만 이해하고 받아 들이기 쉽습니다. 저는 한 때 정말로 달에 토끼가 사는 줄 알았습니다.

피조물 인간에게 조물주이신 하느님께서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엄청난 하늘 일을 말씀 하시는데, 님인들 선뜻 알아들으셨겠습니까 ?  

주님께서 직접 뽑아 세우신 12사도 마저도, 맨 날 가르침을 받으면서도 예수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때가 수시로 있었습니다. 인간이 하느님 말씀을 선뜻 알아듣지 못함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

 

5. 어머니라 부르셨건, 여인이라 부르셨건 그게 그리 중요합니까 ?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비하해서 여인이라 부르셨겠습니까 ? 그럴려면, 차라리 "아주머니"라 부르시지 !!

당시의 유대인의 언어 습관과 여인이란 단어의 뉘앙스를 우린 잘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

우리가, 하나님이라 부르거나, 하느님이라 부르거나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고, 그 분의 존재를 믿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 또 야훼면 어떻고, 여호아면 어떻습니까 ?

나무를 극단으로 파 헤치면 분자와 세포와 원자만 보이지 않겠습니까. 호칭은 님처럼 성서를 학문적으로 연구하시는 분들께서 잘 연구하셔서 가장 적합한 말로 만들어 보십시오.

저는 성모님을 예수님을 낳으신 "어머니"로 받아 들이겠습니다.

 

6. 중요하다해서 성서에 자주 그리고 자세히 꼭 언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성서의 주인공이신 예수님마저도 성서 어디에서고 청년 시절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분을 믿고 따르는 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며, 우리의 믿음이 그것을 역사적, 과학적 규명을 조건으로 하지도 않습니다.

몇 번 언급되지도 않았지만, 십일조는 여전히 믿음의 척도가 아닙니까 ?

대개의 평신도들에게 성서는 연구 대상이 아닙니다. 거기 씌여 있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고 "실천"하면 그만입니다. 나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말씀이 살아 숨쉬게 하여야 합니다. 님이 굳이 수고스럽게 나열해 주시지 않아도, 성모님에 대한 그 정도 지식은 가톨릭 신자 대부분은 너무 잘 알고 있으며, 알고 있기에 그 분을 공경하는 것 입니다.

모르면 믿기가 힘든 법이지요.  

 

7.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나 사두가이 같은 당대의 석학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신앙이 문제가 아니었던가요. 신앙은 과학이 아니며, 역사의 한 줄기도 아닙니다. 복음서가 역사책도, 전기도 아님을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믿음은 학문이 아니며, 해박한 성서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부활이 역사적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아도 우리 가톨릭 신자 모두는 잘 믿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서 전권을 달달 외운다고 천국 보내준다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십계명이라도 잘 지켜 봅시다. 예수님은 "서로" 사랑하라 하셨지, "끼리" 사랑하라 하시지 않으셨습니다.지키기 쉬운 것 부터 지켜 갑시다. 파를 가르고, 편을 가르지 맙시다. 하느님께서는 분명 한가지로 말씀하셨는데, 다만 듣는 우리 인간이 그 말씀을 자기 편한대로 해석하고 왜곡할 뿐입니다.

 

8. 이제 우린 나무와 숲을 보는 지혜를 배웁시다. 성모님은 분명 예수님을 낳으신 어머니입니다. 하느님의 어머니이십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분은 공경 받아야 마땅합니다. 인간 세상으로 말하면, 성령이 임신케 하셨으니 일면 성령님의 정배요,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아들이시니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시아버지 되십니다. 우리 신도 누가 그 분 보다 더 크고 많은 은총을 입었다 말할 수 있습니까 ? 누가 그 분보다 두터운 신앙을 가졌다 감히 말할 수 있습니까 ? 예수님께서는 주여, 주여 한다고 다 안다 말하지 않겠다 하셨습니다.        

 

9. 님이 말씀하셨듯 중동에서 처녀가 임신을 하면 어떤 벌이 주어진다는 것을 성모님도 잘 알고 계셨을 것 입니다. 그런데도 목숨걸고 응답하셨습니다. 우리에게는 세계 어디에서고 찾아 볼 수 없는 너무나 훌륭한 믿음의 조상이 있습니다. 목에 칼이 들어오는데도, 해박한 성서 지식이 없었는데도 그 분들은 끝까지 배교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믿음의 선두는 누가 뭐래도, 성모님과 순교자들이 선두가 아니겠습니까 ? 우린 그 분들을 흉내내고, 본 받아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그 분들을 "기리는" 것 입니다.  

 

10.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하느님 보시기에 벌 받을 짓도 죄도 아닙니다. 공경하고 효도하여야 마땅합니다. 신앙인의 모범으로서, 하느님의 모친으로서 성모님께서는 공경을 받으시는 것이 마땅합니다. 예수님과 한 형제 자매인 우리 신앙인으로서는 예수님께서 요한 사도에게 말씀하신대로 그 분을 내 어머니로 받아 들여야 합니다. 님의 주장대로 예수님께서 성모님이 별로 안중에 없으셨다면, 죄도 없이 참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시면서 까지 어머니를 염려하셨겠습니까 ?

주의하십시오 - 우린 성모님을 하느님의 반열에 올리지 않았음을.

죄도 흠도 없는 착한 아들이 매 맞고, 피 흘리시는 모습을 지켜보시는 성모님의 아픈 마음을 우린 헤아려야 합니다. 극한 상황하에서 성모님은 하느님 원망하사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굳게 믿습니다 - 성모님은 분명 천국에서 예수님 곁에 계심을.

 

11. 설령, 사후에 천국이 없다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그것을 믿고 열심히 착하게 산다고 손해보는 것은 아닙니다. 성모님께서 우리를 위해 그 분의 아드님께 간청을 드리심을 믿는다고 손해보는 것도 뭐 큰 일 날 일도 아니잖습니까 ?

저는 오늘 밤 할 수만 있다면 꿈속에서라도 성모님과 함께 있고 싶습니다. 혹시 압니까 인자하신 그 분께서(대부분의 어머니들은 그렇습니다) 아들 예수께로 부터 천국행 티켓을 구해 주실지...

님은 말씀만 믿고 산다면, 저 가톨릭 신자에게는 말씀도 있고, 성모님도 계시고, 성체 성혈도 있어 풍성합니다. 신앙적으로 부자입니다.

끝으로, 부모를 모르는 사람을 우리말로는 "후레자식"이라 하더군요. 저는 착하신 목자이신 우리 예수님을 그런 후레자식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님의 깊은 묵상과 성찰 있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221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