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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5: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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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29 ㅣ No.51

[전례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를 공부합시다]
(5)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하느님의 어머니이자 모두의 어머니이심을 고백



- 교회는 새해를 시작하는 첫 날인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내면서 동정녀 마리아가 낳은 아기 예수가 참 하느님 아들이심을 기념한다. 사진은 '하느님의 어머니'를 그린 이콘 성화.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새겼다"(루카 2,19)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입니다. 교회는 동정 마리아는 단지 구세주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아니라 하느님의 어머니로 고백합니다.


◇ 살펴봅시다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495,446~448, 455항) : 복음서에서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요한 2,1 ; 19,25)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요한 세례자의 어머니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방문을 받았을 때 마리아를 "내 주님의 어머니"(루카 1,43)라고 부릅니다.

'주님'은 그리스어 키리오스(Kyrios)를 번역한 것인데, 이 키리오스는 이스라엘 백성이 감히 부를 수 없는 하느님의 이름 야훼(YHWH)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주님은 그래서 하느님과 그 주권, 혹은 주권을 지니신 하느님을 가리킵니다. 신약성경에서는 하느님 아버지 곧 성부를 지칭할 때 '주님'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지만 동시에 예수님께도 똑같이 사용합니다. 곧 "예수님을 바로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새로운 의미로 사용하는 것"(446항)입니다.

따라서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내 주님의 어머니"라고 인사한 것은 마리아의 태중에 있는 아기 예수님이 바로 주님이심을 고백한 것입니다. 실제로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동안 자연과 질병과 마귀와 죽음과 죄를 지배하시는 권한을 행사하셨는데, 이런 행위들은 바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주권을 지니신 분이시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아가 제자들이 당신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하셨습니다(요한 13,13 참조). 열두 제자의 하나로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았던 토마스는 예수님을 뵙자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요한 20,20) 하고 고백합니다.

그러므로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마리아의 아들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과연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분, 곧 육체적으로 마리아의 참 아드님이 되신 분은 다름 아닌 성부의 영원한 아드님이시며,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의 제2위격이시다"(495항). 교회가 마리아를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라고 고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알아봅시다

참 하느님이시며 참 사람(464~469항): 그런데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교회의 고백 이면에는 '예수님이 참 하느님이며 참 사람'이시라는 그리스도교 교리의 핵심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습니다. 교회는 초기 몇 세기 동안 이 신앙의 진리를 변질시키려는 이단들과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인성을 부인하려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제자로 뽑아 파견하신 사도들이 활동하던 사도시대부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신 분'임을 분명하게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반대해서 그리스도는 참된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육신을 취한 영적 존재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을 구별해서 영적 세계는 선, 육적인 물질 세계는 악으로 여기던 사조가 있었는데, 이런 사조에 물든 일부 사람들이 그리스도께서는 진짜 인간 육신이 아니라 가짜 인간 육신을 취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그리스도 가현설(假現說)'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 가현설이 이단으로 쫓겨나자 이제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참 하느님이 아니라고, 천주 성부와 본질이 같지 않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교회는 여기에 맞서서 예수 그리스도는 참 하느님, 곧 천주 성부와 본질이 같으신 분임을 천명합니다. 2000년 교회 역사에서 첫 번째 세계 공의회(보편 공의회)인 니케아공의회(325년)의 주요 결정이 이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문제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논쟁이 점점 더 복잡해졌습니다만 간추리면 그리스도는 한 분인데 어떻게 한 분 안에 인간도 있고 하느님도 계실 수 있느냐는 것이 쟁점이었습니다. 해결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리스도께서 참 인간임을 강조하는 이들과 그리스도께서 참 하느님이심을 강조하는 이들 사이에 분란이 빚어졌습니다.

여기서 엉뚱한 일이 벌어집니다. 당시 교회 안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미 많은 신자들이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공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인간성을 강조하는 편에서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어머니'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표현을 통해서 인간이 하느님을 낳을 수 있다는 위험을 피할 수 있고 또 그리스도가 참 인간임을 강조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또한 그리스도가 참 하느님이 아니라는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교회는 이 논쟁에 개입해서 그리스도가 참 하느님이심을 선언하고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를 낳은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임을 천명했습니다. 431년 소아시아(오늘날 터키 서부) 에페소에서 열린 공의회에서였습니다.


◇ 새겨 둡시다
 
- "마리아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영원한 아들, 바로 하느님이신 그 아들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이다"(509항).

- "동정 마리아는 자유로운 신앙과 순종으로 인류 구원에 협력하였다. 마리아는 '인류 전체를 대표하여' '그대로 이루어지소서'하고 응답하였다. 동정 마리아는 순종으로써 새로운 하와, 곧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었다"(511항).

-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많은 형제들 가운데에서 맏아들로 삼으신 성자를 낳았으며, 그 형제들 곧 신자들을 낳아 기르는 데 모성애로 협력한다"(501항).


◇ 생각해 봅시다

성모송의 후반부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라는 짧은 구절로 이뤄져 있지만, 깊고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라는 표현은 예수님께서 참 하느님이시라는 우리 신앙의 고백일 뿐 아니라 마리아께서 또한 우리의 어머니시라는 고백을 함께 드러냅니다. '이제와 우리 죽을 때…빌어주소서'는 '지금' 그리고 '죽을 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늘 항상 빌어주시도록 청하는 것입니다. 이 청은 그러나 단지 '우리 죄인을' 위해 빌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마치 마리아께서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하고 빌으셨듯이, 우리도 성모 마리아와 함께 우리 삶에서 주님 뜻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비는 것입니다(2677항 참조).

[평화신문, 2013년 1월 1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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