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늦은 새해인사

인쇄

정은진 [bellini] 쪽지 캡슐

2000-01-03 ㅣ No.975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저는 백석동의 뽈리나입니다. 기억나실지.... 우선 새해 인사 부터 드립니다. (사뿐히 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늘 건강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여름에 인사드리고, 벌써 한 겨울입니다. 참 논문을 보내드렸는데, 못 받으셨다니... 홍인식 신부님께서는 다 읽으시고, "재미있더라"라고 말씀하셨는데.. 박사 논문이 나오면 그땐 직접드릴께요. 저는 2000학번으로 박사과정 신입생이 된답니다. 그동안, 시험준비하랴, 장학금 신청하느라 연구 계획서 쓰느라... 좀 분주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교회사 연구소의 장학금으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작년부터 계속 장학금을 받았거든요. 연구 주제는 계속 성모님을 그린 그림입니다. 아직은 비밀입니다. 훗! 할아버지, 저는 지난 11월 할아버지가 쓰신 책을 읽었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특히 피정 일기를 읽으며,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제되기가 싫으셨다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또한 막상 박사과정에 들어가려니, 평생을 부단히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이 참으로 부담스럽게 다가와 계속 공부하는 것을 피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제와서 그만 두자니 길을 너무 많이 왔구, 계속 가자니 고지가 너무 높구 그렇습니다. 근데, 할아버지 글을 읽으면서 여태가지는 제가 원해서 했지만, 지금부터는 다른 사람들 위해서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들 살기 어려운데, 맨날 책상 앞에 앉아서 글만 읽거나, 외국으로 성당이며 그림구경다니는 것도 미안하구요... 근데, "공부해서 남주자!" 라는 생각으로하면 좀 맘이 편하지 않을까해서요. 어떻게 다른이와 나눌지는 아직 묘안이 없습니다. 학교란 곳도 경쟁이 치열해서 착하게 공부 잘하기는 좀 힘들거든요. 여태까지는 착하단 소리 들었는데... 걱정입니다. 정말 착한 마음으로 공부도 잘하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학문이 깊을수록 인격이 높아지는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게하는 모습을 종종 보는게 절 슬프게 한답니다. 저는 새해에 세가지 소망이 있습니다. 성서를 한 번 통독하는 것, 그리고, 부지런해지는 것, 마지막은 하느님 보시기에 좋으신 성가정을 이루는 것, 한마디로 시집가는거예요. (제가 나이가 좀 되거든요..) 새해지만 아직 새로운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제게 "새로남"이란 쉽지가 않습니다. 할아버지.. 늘 주님안에서 새로나시는 하루하루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6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