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어떻게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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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freezia99] 쪽지 캡슐

2000-01-03 ㅣ No.971

추기경님!안녕하세요전 일원동 본당에서 교리 교사를 하고 있는 박지원 크리스티나라고합니다. 이렇게 추기경님게 편지를 드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선 편지를 쓰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역시 초등학생들과 저같이 순수한 모습을 잃어버린 학생과는 벌써 말투부터 다른 것 같아요. 제가 교리 교사를 히작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했는 지는 지금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도 어쩌면 호기심이었는 지도 모르겠어요.그런 부족한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 너무 미안하고 또 부끄럽기도 합니다. 교사회라는 공간은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 공간인 것 같아요. 여태까지 몰랐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알게도 되고 또 조금은 성당에 대한 다른 면을 보면서 힘들어 하기도 하고,그래도 지금 이 시간까지 저를 이 자리에 남아있도록 하신건 그분의 뜻이 아닌가 합니다.

 요즘에 성당 교사를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과연 내가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인지.아니면 이런 것을 떠나 다른 것을 추구 하는 것이 좋은지.성당 교사를 하면서 많이 느꼈던 사람에 대한 실망이나 또 다른 사랑을 느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한 편으로는 다시 교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 편으로는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는 거부의 의사가 제 안에서는 싸우고 있는 것 같아요.이런 생각을 하기도 해요.만일 제가 성당에서 교사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성당에 대해서 보고 싶지 않은 면들을 볼 일이 없이 그냥 그런 조용한 신자로 살 수 있었을 텐데.하는 마음 말이예요. 이런 마음이 정말 바람직한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솔직한 마음입니다.제가 과연 교사를 계속 해야 하는 것인지.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는 마음이 드는 것 까지도 이겨낼 수 있을 지. 그리고 이런 실망의 마음들을 갖게 되는 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열심히 하고 싶어도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는 교사회의 모습과 점점 줄어가는 주일학교 학생들을 보면서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던 마음도 다시 수그러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구요. 정말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쓰고 보니 정말 추기경님께 죄송한 말들 뿐인 것 같네요.죄송합니다.어린아이도 아닌 제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우리 주알힉교 학생들이 알면 실망한 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ㅡㅡㅡㅡㅡ제가 다시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추기경님 힘을 주세요. 항상 한국의 신자들을 위해서 기도하시는 추기경님 건강하시구요/그런 다시 편지 올리겠습니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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