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남터성당 게시판

사랑중독증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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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요섭 [loveholic] 쪽지 캡슐

2000-07-09 ㅣ No.1193

안녕하세요? 저는 다른 성당에 다니고 있는 한 신자입니다. 제가 예전에 글을 몇번 올렸었지요. 그 때나 지금이나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바로 새남터 성당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지요. 그런데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답니다. 어쩔 수 없는, 아니 제 잘못 때문에 헤어지게 되었지요.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제가 해줄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있다는 그 말에 그 안타까움은 저 자신에 대한 미움으로 바뀌었답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 그 건 참 아픈 일이지요. 아마도 저는 또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어갈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 말을 믿었었는데 사랑함에도 할 수 없는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글쎄요... 다른 분들은 이해하실 수 있을까요? 이해하시는 분도 있으시겠죠. 어쩌면 모든 분들이 이해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참으로 오랜만에 굿뉴스에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멀리 사는 친구 집에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술을 참 많이 사주네요... 아픔은 술로 잊는 거라면서... 하지만 술로 잊을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별 때문에 힘들어하지는 않을 겁니다. 암튼 모든 것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결국 저에게 남은 것은 사랑 중독증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녀를 위해서 기도를 많이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지요. 정말 행복하기를 말입니다. 어제는 제가 참으로 오랜만에 전화를 했습니다. 야속하게도 그녀의 핸드폰은 끊기고 연락할 곳도 없었는데... 어찌 하다보니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는 참으로 밝더군요. 저와 만날 때는 힘들어 했었는데... 위안이 되면서도 나 자신이 욱 비참해지더군요. 아무튼 저는 사랑중독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박이나 경마에 중독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이지만 사랑에 중독되어 사는 것도 꽤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참 앞으로 힘들 것 같아요. 그녀를 위해서 내 모든 인생을 바꾸는 중이었는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에서 그녀를 위한 길을 선택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유행가 가사가 제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녀가 행복하길... 그리고 그런 그녀를 아직도 믿고 사랑하고 있는 제 자신의 존재를 몰라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제 마음에는 가득합니다. 이제는 제가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녀만큼은 아닐 겁니다. 지금까지 그녀는 제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이유였으니까요. 오늘 바닷가에서 저 바다에 뛰어들면 이 고통이 사라지리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름이라 바다에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그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행복이 보이더군요. 하지만 단 한 사람, 제 얼굴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그녀와 올 3월에 왔던 곳입니다. 그녀와 손을 꼭 붙잡고 다녔던 그 길을 혼자 걸으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그리고, 길거리에서, 흘러가는 바닷바람에서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난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도 아직은 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분이 지금 나에게 무엇을 바라고 계시는지도 느꼈습니다.

 

전 앞으로 참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이 사랑중독증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찾아야하니까요. 이제는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 모든 이들을 사랑해야 할 것 같네요. 그녀에게는 참으로 미안해요. 내가 해주어야 할 것들을 해주지 못했기에, 그녀가 떠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고마워요. 내 자신의 한계와 분수를 깨닫게 해주었으니까요. 나 자신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준 그녀에게 감사의 말을 해야할 것 같아요. 더이상은 그녀에게 제가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 사랑중독증에서 벗어나 진정한 마음으로 그녀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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