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대림의 인물-세례자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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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5-12-05 ㅣ No.489

 

대림 제2주일 복음에는 세례자 요한이 등장합니다. 요한은 유다 광야에서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하면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 혹시 자신들이 기다리던 메시아가 아닐까 기대를 했습니다. 이런 기대를 알아챈 듯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마르코 1장 7절)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결코 메시아가 아니고 메시아의 길을 준비하는 사람일뿐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나지 못했으면서도 앞으로 나서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요한은 잘났으면서도 앞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루카 복음 1장에 따르면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카리야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사를 지내는 제관이었습니다. 고귀한 신분의 사람이었지요. 그의 부인 엘리사벳이 나이가 들도록 자식이 없었는데, 어느 해 즈카리야가 성소에 분향하러 들어갔다가 천사를 만나 아내 엘리사벳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전갈을 받습니다. 즈카리야는 천사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래서 요한을 낳을 때까지 벙어리가 됩니다. 그러다가 아들이 할례를 받는 날 극적으로 다시 입을 열어 말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런 신기한 사건을 보면서 놀라와 하면서, 요한이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이렇게 볼 때 요한은 그 탄생에 얽힌 이야기로 보나, 집안 배경으로 보나, 본인의 열정으로 보나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었는데도 결코 앞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예수님 뒤로 한없이 물러나며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노라 자신을 낮춥니다. 요한은 이렇게 사심없이 자기 자리를 지킬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예수님의 길을 닦고 고르게 하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 세례자 요한처럼 겸손한 인물이 될 때 예수님이 우리 안에 오시고, 그분을 이웃에게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소한 재주나 자리를 차지하고서 그것을 한껏 부풀려 날 좀 알아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 잘난 것도 없으면서 요란하게 잘난 체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예수님이 가려져있습니다. 반면, 열성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 하면서도, '나는 그저 주님의 도구이며, 그분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하다'고 고백하면서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주님의 현존이 좀 더 분명해질 것입니다. 요란하게 요동치면서 흘러가는 강물 위에는 보름달이 비쳐지지 않지만, 조용하고 잔잔한 연못물 위에는 보름달이 환하게 바쳐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겠습니다. (글/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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