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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哀>어느 젊은 부부의 슬픔 - 사랑이 죽음을 이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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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atinus] 쪽지 캡슐

2006-11-10 ㅣ No.5608

*병상일기 / 9월 19일


             <哀> 어느 젊은 부부의 슬픔 -사랑이 죽음을 이기는가?


   황혼, 석양빛이 들어오지 않는 창가 쪽 병상에 누운 나는 통증을 견뎌내기 위해서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고자 애를 쓰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너무도 절실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통증이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니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되였다는 게 옳을 것이다. 문이 열려 있는 복도 건너 맞은 편 병실의 젊은 남자의 아내가, 핏기가 가신 야윈 얼굴의 아내가 이쪽에 등을 돌리고 환자 가슴 위에 자기 가슴을 맞대고 꾸부린 채로 남편의 손을 힘껏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그때 나의 마음에는 오늘 아침 청소 아주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애처롭게 떠올랐다. ‘담당선생님이 그 부인에게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했어요.’

 

  나는 물론 그 젊은 부인이 그 비밀을 자기 가슴에 삼키고 남편에게는 숨기고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 있었다. 그만큼으로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지금 그녀의 입술이 얼마나 떨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산한 초가을 햇살을 받은 그녀의 작은 등은 마치 슬픔과 고통과 애처로움으로 범벅이 된 여인의 얼굴이었다. 나는 일찍이 인간의 등이 그처럼 인간의 슬픔과 고통을 진하게 표현해 주고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내 마음에 충격으로 와 닿은 것은 그녀가 남편의 손에 자기 손을 꼭 포개어 쥐고 열심히 먼가를 기원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남편의 손을 꼭 쥐고 죽음을 며칠 앞둔 젊은 남편의 고뇌를 함께 짊어지고자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죽음에 맞서 어떻게라도 항거할 수 없는 현실적 운명 앞에 지금 이 부부가 서로 손을 잡고 필사적으로 맞서고 있는 그 장면이 마치 비바람 몰아치는 나뭇가지에서 서로 몸을 맞대고 비비며 살아남고자 몸부림치고 있는 참새 같았다. 아무리 두 사람이 헤어지지 않고 묶여지고 싶어도 죽음은 용서 없이 그들을 수일내로 갈라놓을 것이다. 나는 거기에서 인간의 육체의 한계와 사랑이 갖는 한계를 느꼈다.

 

  물론, 두 사람 중에 한쪽이 죽을지라도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현실에 젖으면 역시 부부의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고 전적으로 단정할 용기를 잃는다. 남편인들 죽고 싶지 않을 것이고 젊은 아내야 더욱더 남편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애정의 구체적인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희망과 소원을 죽음이 짓밟는 한 사랑은 죽음을 이기는 것은 아니다.

 

  아, 이런 경우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 손을 움켜쥐는 이외에 죽음에 항거할 길이 없단 말인가. 너무나 슬픈 일이다. 나는 그 창쪽에서 눈을 돌렸다. 그 존귀한 장면을, 엄숙한 시간을 더 이상 모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하늘이시여! 땅이시여 !


나는 그 며칠 후, 병원을 떠나면서 초가을 황혼의 그 창문 건너편의 광경이 가끔 내 마음을 가로질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이런 애처로운 광경은 날마다 어느 병원에선가 일어날 것이고 형태는 다를지라도 그것은 우리들 인간의 가장 큰 사랑의 슬픔인 것이다. 부부들이여, 살아생전 삐꺽거리지 말고 서로 이해하고 서로 감싸주며 후회 없는 아름다움으로 넘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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