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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국 [hik] 쪽지 캡슐

2000-06-23 ㅣ No.3424

   아침은 누가 불러오나

 

장닭이 매일 새벽에 울어 시간을 잘 알려 준다며 주인은 매일 아침 들에 나갈 때마다 콩 한 줌을 상으로 뿌려 주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콩 한 줌을 뿌려 주었는데 웬일인지 장닭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주인은 이상하게 여겨 왜 먹지 않느냐고 물었다.

장닭이 말했다. "늘 이따위 것만 주니까 그렇지요. 새벽 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건 바로 나예요. 내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있나요? 밭가이를 못하면 가을걷이도 못하고 ----  굶어 죽을 수밖에 없지요. 나는 당신의 목숨을 잇게 해주는 은인이니까 최고로 맛있는 걸 주세요."

주인은 그날 밤 아무 말 없이 장닭의 뾰족한 주둥이를 노끈으로 꽁꽁 잡아매 놓았다.

이튼날 새벽, 주인은 제때 일어나 농기구를 들고 밭에 나가며 장닭에게 말했다. "오늘은 네가 울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날이 밝았지?"

장닭은 부끄러워서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온 얼굴은 물론 벼슬까지 더 새빨개졌다.

                                 

                                  (중국 우화집에서)                   황인국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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