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신학생/학사

인쇄

윤종국 [marcusyoun] 쪽지 캡슐

1999-11-16 ㅣ No.396

상당히 오래 지난 게시물에 대한 내용이라 신선도가 떨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신학생에 대한 호칭에 대해서 몇 마디 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을 올리는 저는 신부입니다.

 

우선 ’학사’는 한자로 ’學士’라고 쓴답니다. 이 용어는 ’벼슬이 없는 선비’를 뜻하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이 말은 본래 구교우촌에서 사용되던 말로 초기에는 소신학생(옛날에는 중학교부터)에게 붙이던 호칭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대신학생은 예과(철학과) 2년을 마치면 품(구마, 수문, 강경, 시종, 차부제, 부제, 사제품: 시종품까지를 소품, 나머지를 대품이라 했음)을 받았기 때문에 품의 명칭으로 호칭을 삼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 소품이 폐지되고 신학생이 품을 받기까지의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에 마땅한 호칭을 붙이기 어려워 ’학사’라는 말을 통상적인 호칭으로 썼던 것 같습니다. 이 호칭은 그러니까 적어도 1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돌아가신 오기선 신부님의 회고록에도 이 호칭이 나옵니다).

공식명칭과 호칭의 관계에 대해 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부(神父)’라는 호칭 역시 공식명칭이 아닙니다. 교회법에서 사용하고 있는 호칭은 ’사제’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제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적어도 신자사이에는 없습니다. 이처럼 공식명칭과 호칭 사이에는 거리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글을 올리신 분은 "아직도 ... 잘못 부르고 있다" 라고 표현하셨습니다만, "잘못"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당할 듯 합니다.  "신학생"이라는 명칭보다 훨씬 전통이 있고, 무엇보다도 교우들이 "학사님"이라고 부를 때, 거기에는 사제가 되고자 하는 청년에 대한 애정이 묻어있다고 느꼈습니다. 공식명칭은 정확하지만, 차갑거나 건조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호칭은 "앞으로 이렇게 하기로 한다"라고 해서, 그 순간 즉시 바뀌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게시자가 제안하신 대로 형, 오빠 등으로 부를 수도 있겠으나, 저는 아직도 "학사님"이라는 호칭을 사랑합니다. 저 역시 제3자를 이야기할 때는 "신학생"이라고 합니다만, 2인칭으로 부를 때는 아무리 1학년 신입생이라도 "학사님"이라고 부릅니다. 호칭의 변화는 당사자의 신원의식을 일궈나가는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학사님"이라는 호칭을 형식적이거나 계급적으로 이해하시기 보다는 애정과 아낌을 담은 호칭으로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351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