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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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연 [aldus119] 쪽지 캡슐

2005-12-05 ㅣ No.490

 

어느 날 다윗 왕이 보석 세공인에게 "반지 하나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동시에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다시 내게 기운을 북돋워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는 명령을 내렸다. 좀처럼 그런 글귀가 생각나지 않자 보석 세공인은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다.

도움을 청하니 왕자가 답했다. "그 반지에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고 새겨 넣으십시오. 왕이 승리감에 도취해 자만할 때, 또는 패배해서 낙심했을 때 그 글귀를 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입니다."

- 유대교의 <미드라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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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나무가지만 남은 이 계절에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을 피부에 와 닿게 느끼게 됩니다.

가슴 뿌듯한 순간, 감미롭고 아름다운 순간이 멈추지 않고 속절없이 흘러가버린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버리는 것이 때로는 큰 위로가 됩니다. 슬프고 괴로운 시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도 결국은 아름다운 시간과 마찬가지로 지나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위로가 되겠지요.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가게될 저 세상에서는 더 이상 지나가는 것이 없습니다. 아름답고 감미로운 순간은 영원히 머무를 것이요, 슬프고 괴로운 시간은 이미 다 지나가버리고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우리는 나그넷길에 있을 뿐입니다. 그 길은 기쁠 때보다는 삶의 무게에 허덕이면서 가는 때가 더 많은 길입니다. 하지만 함께 동행해주시는 분(루가 24,15)이 계시기에 갈만한 길입니다.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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