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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단장의 <훈화>준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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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수 [hans210] 쪽지 캡슐

2002-07-25 ㅣ No.195

   어떤 형제님께;

   실은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게시판에 올린다는 것이 심적부담이 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결심을 하기엔 상당한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중략>>>  단지, 주회합 때마다 신경써야하는 <훈화>와 관련하여 고충(?)을 말씀하신 어떤 형제님과

한 없이 낮은 마음으로 생각나는 것을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혹시 다른 견해가 있으신 경우에는 본 게시판을 통해 공개적으로 조언을 주셔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         *          *

 

   오늘 아침에 ○○동 성당에서 故 ○○○요한 형제님의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실은 45세의 젊은 나이로 주님 곁으로 불리움 받은 요한 형제뿐만이 아니라, 4년여 동안을 백혈병으로 투병 중에 歸天한 이제 20살의 앳띈 세실리아라는 여학생의 장례미사도 겸하고 있어서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훔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요한 형제의 경우, 본당에서 많은 활동도 있었지만 특별히 울뜨레아 간사로 봉사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들 사도직 단체 나름대로의 비통함을 어쩔 수 없어하는 장례예절을 또 별도로 가졌습니다. 위로의 말을 잃은 조문객들 보다, 오히려 유가족들의 모습에서 더욱 용기있고 의연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운구차를 전송하고 약 1Km 정도를 혼자 걸어 나오면서 갑자기 다음과 같은 얘기가 생각나서 쓴 웃음이 나왔습니다. 어떤 영성단체에서 회원들이 <어느 회에서는 수도복을 입고 회합을 하기 때문에 그쪽으로 많이들 지원한다던데, 우리도 입을 수 없는가>, <어디에 초상이 나서 갔었는데 수도복을 입고 염한 것을 보니 좋더라>, <수도복을 입으니 멋도 있고, 거룩해 보이기도 해서 분위기가 끝내 주던데요>하면서 수도복 타령들을 해대니까, 거기 회장 되시는 분이 한 숨을 내 쉬면서 <여러분! 수도복이 거룩함을 가져다줍니까?, 수도복만 입으면 거룩해지고 예수님을 닮습니까?, 죽을 때 수도복을 수의로 쓰기 위해서 이 회에 들어오십니까?>

 

   레지오 마리애는 어떻습니까?  우리의 선배 단원들이 한국 교회를 이만큼까지 일궈놓은 견인차 역할을 했다면, 혹시 우리는 그 後光만으로 우리의 자존과 긍지를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에게는 전통적으로 수도복이 아예 없지만, 혹시 동화책의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그런 모습으로 남에게 비추이지는 않을까요?  레지오를 한다고하면 남에게 말하기도 좋고, 보기에 대단할 것까지야 없지만 그래도 보통 수준이상의 평신도로 자리 메김은 받으니까 또하나의 매력 있는 단체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닙니까?

 

   레지오는 기도하며 활동하는 Action 단체입니다.  <Action>이란 말 그대로, 대상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구사해야 하겠지만, 그 저변에는 저마다의 개인적이고 깊이있는 신앙심이 바탕으로 깔려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든과 같은 양면성의 인간이 아닌, 빛 가운데서 밝게 보일 뿐만 아니라 어두움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인간이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지오는 성모님의 신심을 진지하게 묵상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성모신심을 널리 드높이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흔히 레지오의 행사나 교육 등의 참석율을 보면 40∼50%를 크게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이제는 그냥 설렁설렁 이름만 레지오에 걸어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함께 동참 안 해도 상관없는 그런 게 아닙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폭설이 무릎까지 차 올라왔다 해서 레지오 단원임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200여년전 우리 신앙의 선조들, 50년전 우리의 선배 단원들이 다 해 왔던 일들입니다. 우리라고 그만큼 못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또, 이 시대에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말씀하지 마십시오.  뭐, 고상하게 수도복이라도 입어야 어울린다는 말씀인가요? 기성 단원들은 <레지오를 한다.>는 것 자체를 가지고 <수도복을 입은 것처럼> 착각 속에 으시대지 마시고, 겸손하게 소리 없이 행동으로 변화되십시오. 마찬가지로 신입 단원 여러분이 레지오를 시작함으로써 변화된 삶을 사신다면, 그것은 또하나의 전교활동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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