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성당 게시판

[좋은생각] 아주머니의 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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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화 [Mihwa1972] 쪽지 캡슐

1999-06-10 ㅣ No.106

좋은글이 있어서 올립니다 ( 월간, 좋은생각 6월호 중 ) [아주머니의 찐빵] 친구와 함께 안경을 맞추려고 남대문 시장엘 갔습니다. 나는 렌즈를 교환하고, 친구는 선글라스를 사려고 했는데, 친구가 어찌나 까다롭게 고르는지 안경가 게를 열 곳도 더 돌아다니고서야 겨우 살 수 있었습니다. 친구는 미안한지 한 허름한 만두집으로 들어가더군요. 우리는 만두와 찐빵 한접시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왕성한 식욕으로 젓가락을 막 들려고 하는 바로 그때, 아기를 업은 한 아주머니가 쭈뼛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저, 이 찐빵 얼마예요?" "천원에 다섯갠데요, 드려요?" 아기엄마는 주머니를 뒤적여 동전 한 개를 꺼내더니 미안한 기색을 입을 열었습니다. "저, 5백원밖에 없는데....혹시 세개 주실 수 있나요?"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숨죽이고 주인 아주머니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그저 아기엄마만 쳐다볼뿐 말이 없는 거예요. 아주머니가 혹시 면박이라도 주면 어쩌나 싶어 조마조마했는데, 마침내 아주머니가 울컥거리는 울음을겨우 참는 목멘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애기엄마두 참....,젊은사람이 어쩌다가 찐빵 사 먹을 천원이 없수?" 그러면서 아기엄마의 손을 잡아끌어 의자에 앉히고는 고생에 찌들어 투박해진 손으로 눈물을 쓰윽 닦아 내더니 제일 큰 봉지를 꺼내서 찐빵에 만두며 도넛까지 주섬주섬 담기 시작했스니다."아니에요, 이러시면 죄송해서 안돼요" "무슨 소리야? 이건 내 마음으로 주는거니까 친정언니가 주는 걸로 생각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 길 지나칠 일 있으면 언제라도 들어와요. 알았지?" 아주머니는 연거푸 다짐을 주었고, 아기엄마는 그저 고개만 숙인 채 몇번이나 뒤돌아보면서 골목을 빠져나갔습니다. 우리는 콧잔등이 시큰거려서 더이상 무엇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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