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우리는 여기 모여 주님 부활대축일 미사를 봉헌하였고
그로부터 50여일이 지난 오늘 다시 모여
성령강림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50여일이 지났지만 세상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매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우리는 서로 이웃이 되었습니다.
친구가 되었고 또 가족이 되었습니다.
특히 노천 남일당 성당의 두 분 신부님은 더욱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여기 모이는 것을 윈치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지쳐 떨어져 나가리라고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시간이 지날수록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어 가는데,
우리가 어찌 떨어져 나갈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 되어 더욱 똘똘 뭉쳐
반드시 그 날을 맞이할 것입니다.
오늘은 성령강림대축일입니다.
성령으로 인하여 사도들은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나 용감하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를 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랑과 평화와 정의의 예수를 증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성령은 유다인들이 무서워 방안에만 있었던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령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의 사랑과 평화와 정의를 선포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고 계십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교회는,
성령의 무기, 말씀과 사랑의 무기 이외에 다른 무기가 없는 교회는,
하느님의 이름과 사람의 이름으로 모든 이에게
지치지 않고 요청한다.
살인하지 마십시오.
파괴와 인간 말살을 준비하지 마십시요“
(인간의 구원자,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그러나 지금 우리는 생명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용산참사로 희생되신 분들 뿐만 아니라
노동자도, 전직 대통령도 살기 위해 생명을 던져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생명의 날이기도 합니다.
성령은 만물에 생기를 돋우고,
병든 것을 고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의 성령은 도대체 어디에 머무르시는 것일까요?
저는 보았습니다.
성령의 움직임을 보았습니다.
바로 이곳 용산참사현장에서,
오체투지 순례단에서,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행렬에서 저는
성령의 이끄심을 보았습니다.
생명과 사랑, 평화와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으로
성령은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평화와 정의의 성령이 거기 함께 계셨습니다.
생명과 사랑의 성령이 함께 계셨습니다.
성령은 사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때 오셨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생명과 사랑, 평화와 정의의 이름으로 모일 때
성령께서는 오십니다.
우리가 함께 모여 생명과 사랑을 외칠 때,
우리가 함께 모여 평화와 정의를 외칠 때
성령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오늘은 교회가 정한 청소년 주일이기도 합니다.
남일당 주임이신 이강서 신부님 덕분에
빈민사목이 많이 알려 졌으리라 생각하는 데요.
빈민사목에서는 지역 아이들을 위한 스카우트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강화도로 또 횡성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는데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저는 마음이 아픕니다.
현재 그들이 감당해야 할 교육현실이 아프고,
그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아픕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이 나라의 어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너희들은 고작 이런 나라에 살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너희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지금과는 좀 다른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단지 우리 자신 만을 위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좀더 좋은 나라,
단지 가진 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삶의 자리에서 쫓겨나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생명을 던져야 하는 그런 나라에서는
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일겁니다.
우리의 힘은 적고 우리의 용기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목숨을 바쳐 생명과 진리를 외쳤던 사도들처럼
성령께서는 우리에게도 힘과 용기를 주실 것입니다.
성령은 우리의 입을 열고, 가슴을 엽니다.
성령은 우리의 손을 움직이고 발을 움직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성령께 우리의 입과 가슴을 맡깁시다.
우리의 손과 발을 맡깁시다.
그리하여 우리의 입과 가슴은 생명과 사랑을 말하고
우리의 손과 발은 평화와 정의를 향하여 나아가도록 합시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성령의 도우심과 함께 하심을 청하며
함께 힘을 모읍시다.
아직 청명한 하늘아래, 성령강림대축일 전날 용산참사 현장에선 47차 생명평화미사가 이어졌다. 이날 독서에서는 노아의 홍수를 경험한 인류가 바벨탑을 쌓는 이야기였다. 성경엔 이렇게 전한다. "이것은 그들이 행하고자 하는 일의 시작일뿐"이라고. 응송은 이렇게 받는다. "주님, 당신 숨을 보내시어 온 누리의 얼굴을 새롭게 하소서."
문정현 신부와 이강서 신부가 집전한 이날 미사가 있기 전에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사복경찰이 용산4구역을 휘젖고 다니며 사진 채증을 버젓이 하고 다녔고, 이를 발견한 문정현 신부가 항의하며 사진을 빼앗으려고 하자, 경찰들이 떼지어 몰려와 채증하던 경찰을 빼돌리고, '공무집행' 운운했던 것이다.
▲ 떼지어 몰려온 경찰들 [출처] 서리태님
용산참사 현장에서 꼬박 지내고 있는 유가족들과 실무자들, 그리고 천주교 사제들은 매일 다반사로 겪는 참담한 광경이다. 문정현 신부는 "주변에서 신경 거슬리게 하지 말고 그냥 잡아 가라고 해!"라고 항의해 보지만 공권력 앞에 소용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있던 29일에는 새벽에 난데없이 용역들이 경찰의 묵인아래 들이닥쳐 사제들이 머물던 '평화의 집'이 포함된 건물 앞에 펜스를 치고 가로막았다. 이 과정에서 문정현 신부는 용역의 무릎에 깔린 채 땅바닥에서 뒹굴어야 했다. 이강서 신부 역시 그들에게 떼밀려 났다.
이날 미사에서 문정현 신부는 강론을 통해 "오늘뿐 아니"라고, "전 국민이 애도하는 날, 아무리 합법적이라 해도 그럴 수는 없다. 연미사 드리느 동안 집기를 들어내고 '공무집행'이라니..."하며 분개했다.
이어 "성령강림이 뭣인가?" 물었다. "내가 제 명에 못 살겠구나, 연행되고 체포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권력 앞에 당당해지는 것 아닌가?" 하였다. 예수는 성령에 가득찬 분이라서 대사제와 바리사이파, 빌라도 앞에서 그러했다. "죽어도 하느님 곁으로 가는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고 했다. "제자들 역시 예수가 죽고 두려워 다락방에 숨어 있다가 성령을 내려 거리로 나갈 수 있었다"
문정현 신부는 자신도 경찰에 연행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 때부터 침이 마른다고 했다. 두렵다고 했다. "그래도 경찰의 공갈협박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성령 때문"이라 했다. 마침 이날 미사에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들이 많이 와 있었고, 문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순교자들이 다 그랬다. 그들도 성령을 받아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새로와진 것"이라 했다. [기사/사진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검찰은 용산참사 수사기록 3,000쪽을 은닉하는 등 재판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공명정대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해야 할 재판부 역시 검찰의 방해행위를 수수방관함으로써 사법정의에 역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당장 수사기록 일체를 즉각 제공하고 재판부 역시 검찰이 수사기록을 제공할 때까지 공판절차를 중지하거나 압수영장을 발부하여 해당 기록을 압수하는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검찰은 은닉한 수사기록 3,000 쪽을 즉각 공개할 것을 청원합니다.
■ 주문 방법
- 개인 구입은 서점을 이용해 주시면 됩니다.
- 단체 주문은 범국민대책위로 해주시면 됩니다.
* 책을 받고 판매 후 입금해주셔도 됩니다.
* 판매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전액 추도기금으로 쓰입니다.
* 입금 계좌 및 담당자/302-0005-1159-01(농협중앙회/김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