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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사망한 군산 대명동 매춘부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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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영 [nam80387] 쪽지 캡슐

2000-10-05 ㅣ No.830

오늘 아침에 눈을 떠 내 편지함을 확있하고 있었다.

 

늘 날라오는 한겨례 신문 뉴스메일 익스프레스에서 날라온 몇게의 편지를 훍어보던 중 눈에 띄는 편지가 한통 있었다. 그 편지의 내용은 7월 19일 군산 대명동 홍등가에서 일어난 화제에 대해 한겨레 신문 박인근 기자의 글이었다.

 

자본주의의 추악함으로 인하여 생긴 도시의 병폐중 홍등가는 그야말로 인권 사각지대임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런 모순들을 평범하게 생각?하고 외면하며 살아왔으리라...

 

아래의 글은 박임근 기자가 보내온 편지의 내용이다.

난 이 글을 읽으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음악은 안치환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가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때의 나의 느낌은 충격이었다. 음악과 내가 읽고 있는 글이 너무 아이러니컬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난 결심했다. 현재 작업중인 도시에 관한 풍경에 대한 다큐영화 작업중 홍등가에 대한 내용이 있다. 난 지금까지 홍등가에 대한 내용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작업된 내 하드디스크의 홍등가에 대한 자료를 모조리 지워버렸다. 홍등가의 겉으로만 비추어진 모습이 아닌 홍등가 거리와 함께 안치환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 음악을 사용하여 아이러니한 구성으로 수정하였다. 과연 이 영상이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일 수 있을까?

 

한숨만 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담배 한대를 입에 무는 것과 영상으로 말한는 것 뿐이니깐...

모순만 가득 찬 이 세상이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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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임근 기자의 글

박임근 - 화재로 사망한 군산 대명동 매춘부의 일기 2000.10.5

 

지난 19일 발생한 군산시 매매춘업소 화재 참사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대해 대해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사설] 매매춘 범죄에 눈감는 사회) 이미 이들은 인간이 아닌 업주의 ’돈’에 불과한 존재였고,(업주 장사밑천·’살아있는 돈’ 취급, 박시백의 그림세상 ’재산목록 1호’http://www.hani.co.kr/section-011009000/2000/011009000200010041808001.html) 그렇기에 그들은 죽어서까지 쉽게 안식처를 찾지 못하다가 (매매춘업소 화재 장례식도 못치러) 지난 30일 결국 장례식이 치뤄졌습니다. (“감금없는 세상으로 훨훨”)

 

특히 숨진 5명의 여성중 임모씨가 쓴 일기장이 화재 현장에서 발견되어 많은 사람들을 가슴아프게 했는데요. 오늘 뉴스메일에서는 박임근 기자가 그 일기중의 일부를 보내드립니다. 아울러 ’한겨레’에 연재된 인권사각지대 글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인권사각지대] ① 매매춘 여성, O씨의 하루

http://www.hani.co.kr/section-005100025/2000/005100025200009282212021.html

[인권사각지대] ② 매매춘 여성, ’감뚝’ 이야기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0/005000000200009292102078.html

[인권사각지대] ③ 윤락방지법 실효성 없어

http://www.hani.co.kr/section-005100025/2000/0051000252000100218470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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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9일 화요일 오전 9시 15분께 전북 군산시 대명동 매매춘업소에서는 화재가 났습니다. 불이 난 곳 2층에서는 여성 5명이 잠을 자고 있었으나 모두 연기에 질식해 숨졌습니다.

 

허탈함과 분노에 화재현장을 찾은 유족들에 의해 현장에서 숨진 임아무개(20)씨가 썼던 일기장이 발견됐습니다. 뉴스메일 익스프레스 독자를 위해 <한겨레> 본지에 다 소개하지 못한 일기장 내용 가운데 4개 글을 골라 전문을 게재합니다.

 

 

 

2000년 6월 23일 아침 7시

 

어제 아가씨 1명이 갔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가는 것에 서운함 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언제 나도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솔직히 겁이난다. 난 여기서 빚 다까고 여기서 마치고 싶은데.....어쩜 또다시 떠돌아 다닐지도 모르다는 두려움이 오늘 하루를 보내게 한다.

 

슬픈일이다. 정말 슬프다. 돈! 돈이 뭔지? 그리고....... 인생이 뭔지? 왜 꼭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많은 생각들을 해본다. 과거일. 현재일. 그리고......... 희망은 없지만 미래까지. 생각의 결과는 늘 같다. 착하게 살아야지 신용있게 돈 아끼면서 솔직히 여기와서 돈 무서운줄 알게 되었다.

 

절약도 하고 동전하나 아낄 줄 알고, 무섭다 돈이 정말 무섭다. 아껴야지. 돈 무섭게 알고 이 악물고 하루 빨리 빚까서 자유의 몸이 될꺼야.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안되면 되게하라. 꼭 해낼꺼야. 파이팅!

 

2000년 6월 29일 아침 6시 40분

 

오늘 하루가 왜 이렇게 긴지 모르겠다. 너무 너무 우울한 날이었다. 집에 가고 싶다. 정말 집에 가고 싶다.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참고 참고 또 참아 겨우 울음을 달랬다. 거울속에 내 자신을 보았다. 형편 없어 보였다. 항상 거울을 보며 묻는다. 너 여기 지금 왜 있니?

 

빨리 집으로 가야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모든게 싫다. 짜증만 난다. 지겹다. 하루 하루가........잠들기가 싫다. 눈뜨기도 싫다. 말하기는 더 싫다. 언니가 엄마가 너무 너무 보고 싶다. 죽고 싶다. 그냥 이대로 죽고 싶다. 하루 하루가 짜증의 연속이며 따분하다.

 

내가 무슨 죄를 크게 지었길래 지금에 고통을 받는지.......하루 빨리 가고 싶다. 하느님 저에게 단 한번에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정말 성실하게 옛 일을 뉘우치며 살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이젠 지쳐가고 있어요. 이러다 삶의 의미조차 잃어버릴까 두렵습니다. 산다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의 고뇌는 정말 참기가 어렵습니다.

 

도와주세요. 새로이 새롭게 살고 싶습니다. 하루에 열두번씩은 생각을 한다.

 

2000년 7월 13일 사랑하는 친구 ○○에게

 

오늘도 너에게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쓴다. 요새 가끔씩 악몽을 꿔! 아니 이 곳에 온 뒤부터 악몽을 자주 꿔. 그래서 불안하고 초조해. ○○야! 잘 지내고 있지? 보고 싶다. 벌써 반년이 지났구나. 너와 나 헤어진지........난 아직도 너가 내 친구인데 너가 아니면 어떻하지? 너무 불안해 벌써 니가 날 잊었을까 봐.

 

항상 이 곳에서의 마지막 날을 꿈꿔. 그때 제일 먼저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너와 울 언니, 내동생 하루 빨리 자유라는 걸 되찾고 싶어. 혼자서 목욕탕가고 슈퍼가고 커피숍가서 창가에 앉아 사람들 구경하고. 근데 ○○야! 내가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 겁도 나고 자신도 자꾸 없어.

 

넌 지금 내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밥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어. 하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힘이 들어. 그래서 친구와 가족이 더 그리울 지도 몰라. 나 해낼수 있겠지? 나 꼭 해낼꺼야. 나 할 수 있어.

 

2000년 9월17일 아침 6시25분경

 

짜증이 난다. 아파서 짜증이 나고, 일하지 못해 짜증이 나고, 눈치보여 짜증이 나고, 그래서 더욱더 짜증이 난다.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치면 칠수록 항상 제자리 난 항상그래. 정말 이럴 땐 딱 죽고 싶다. 모든 걸 잊고 죽고만 싶다. 인간에게 질려 버리고 짜증이 난다. 남자! 남자! 남자가 싫어진다.

 

자꾸 외롭고 슬퍼지는 이유는 뭘까? 하루 하루 더 할수록 이런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하루 어디에서 내 기분 내키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스트레스 좀 풀고 싶다. 예전엔 그럴 수 있었는데...... 자주는 아니었어도 가끔 아주 가끔 견디기 힘들 때 그땐 내 세상속에서 살았는데........ 언제 쯤 그런 날이 올까?

 

두렵다. 일이 두려워진다. 난 아프기 싫은데 자꾸 아프니까 싫다. 나! 나좀 도와주세요. 제대로 인간답게, 사람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요. 이 정도면 옛날에 죄 값은 다 치른 것 같은데 제 생각만 그런가요. 이제 그만 용서해주시고 저좀 도와주세요.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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