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은행나무

인쇄

김명옥 [honeyo] 쪽지 캡슐

2000-11-14 ㅣ No.1470

 

  

   집근처 도서관엘 다녀 왔습니다.

   일주일에 책 한권 읽기에도 급급해서,

   때론 일주일 더 연장해서 숙제하듯 읽습니다.

   제가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지하 식당에서 우동을 사먹는게 좋아서,

   그리고, 그곳에 가면 탐구하는 젊음을 느낄 수 있어서,

   주변의 경관이 좋아서,

   버스 정거장에 있는 나무 벤취가 좋아서,

   그리고 길 건너에 개포성당도 있어서,   

   그러고 보니, 그냥 좋네요...

   

   오는 길에 보니 어느새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더군요.

   노란 은행잎은 은행나무의 꽃처럼 여겨집니다.

   뽑내지않는 화사함으로 한가득 달려 풍성하기 그지없습니다.

   난 은행나무의 노란잎을 너무 좋아합니다.

   길거리에 수북히 쌓인 은행잎을 보면,

   잠시 숨이 멎는 듯 합니다...

   누워보고도 싶고,

   한가득 안아 흩뿌려보고도 싶고...

   에구구......

   희망사항이지...

   머리 속으로 영사기를 돌릴 수 밖에...

 

   나도 한그루의 나무가 되어 봅니다...

   난 어느마한 나무일까...

   내 나무에는 잎이 무성할까...

   열매를 맺는 나무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은행을 거둘 수 있을까...

   ......

   한참 생각을 하다 보니,

   나는 나무가 되어서도 욕심을 잔뜩 내고 있더군요...

   다시 부끄러움...

   그저 내 나무가 누군가의 기쁨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텐데.....

 

   그러고 보니,

   난 너무 욕심이 많은가 봅니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건강하고,

   이렇게 여유롭게 가을을 느낄 수도 있고,   

   그리고, 내 가는 길이 외롭지 않은데...

   

   갑자기, 행복이 밀려옵니다.

   아니, 모든 것이 늘 내 곁에 있는데,

   내 시선이 너무 멀리만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6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