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성당 게시판

[어른들을 위한 동화]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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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지 [JEJUBLUE] 쪽지 캡슐

1999-08-19 ㅣ No.187

 

 

         어른들을 위한 동화   2편

 

 

 

         어떤 양식

 

 

 

           꽃병에 들어 있는 그를 보고 건너편 꽃쟁반의 장미가 말을 걸었습니다.

           "너는 무슨 꽃인데 그렇게 생겼니?"

           "왜? 내가 어째서?"

           "예쁘지도 않은 그 파랗고 가슬가슬한 목이 꽃이니가 말이야.

          나는 그런 별난 꽃은 처음 본다."

           "내 몫은 너희하고 달라.  너희는 그렇게 예쁜 꽃잎을 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만 우리는 씨방에 드는 알곡으로 사람들의 양식이 되는 것이야."

           "그럼 너희는 꽃나무가 아니고 농작물이네."

           "그렇지.  나는 지금 이렇게 좁은 꽃병에 있어야 할 몸이 아니다.

          드넓은 들녘에서 햇볕에 이삭을 익히고 있어야 해."

           "그런데 여기 어떻게 해서 오게 되었니?"

           "보다 중용한 것을 알지 못하는 도시 사람들의 사치 탓이지.  밭에서 한창

          자라고 있는 우리를 꽃장수들이 와서 농부로부터 꽃꽃이용으로 사버렸어.

          그래서 여물기 전에 베어 온거야."

 

            이때 이 집의 주인 아저시가 회사에서 돌아왔습니다.

            방안에 있던 아주머니와 아기가 뛰어 나왔습니다.

            아주머니한테 가방을 넘겨 주고 아이의 손목을 잡고 들어오던 아저씨의

          눈길이 문득 보리에 와 닿았습니다.

            "아니, 이건 보리 아니오?"

            "그래요.  멋있지요?  향기도 맡아봐요.  아주 싱그러워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요?  이 보리는 보고 즐기는 거리가 아니예요.

          우리들의 양식이란 말이오."

             

            저녁 식사를 마친 아저씨가 아이를 데리고 보리 앞에 앉았습니다.

            "너 이보리에 대해서 아니?"

            "몰라요, 아빠."

            "우리가 간혹 쌀과 섞어서 밥해 먹는 누런 곡식은 보았겠지?"

            "네, 아빠."

            "그 곡식이 여기 이 씨방에서 나오는 것이란다."

            "아빠, 그럼 이 보리가 저기 저 장미보다 더 소중한 것이네요."

            "그렇고말고.  그런데 넌 이 보리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자라는지 아니?"

            "몰라요.  아빠."

            "늦가을에 씨를 뿌리면 초겨울에 눈을 뜨고 올라오는 밭작물이야."

            "아빠, 그땐 다른 식물들은 다들 추워서 시들잖아요?  그런데

           이 보리만 겨울에도 눈 뜨고 살아요?"

            "그렇지.  눈 속에서도 파랗게 자라지.  너는 조금만 추워도

           방안에서 나오지는 않는데 말이야."

            "......"

            "그리고 이른봄에 서릿발에 들떠 있으면 농부들은 보리밭을 밟아주지."

            "아프겠지.  그러나 밟아주지 않으면 웃자라서 오뉴월 이삭 들때

           비바람에 견디지 못해 쓰러지고 말거든."

            "밟아준 보리는 어떤가요, 아빠."

            "뿌리가 단단히 내리기 때문에 어지간한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고

           실하게 자라지."

             

             아저씨가 커튼을 젖혔습니다.  밤 하늘의 별 하낙 또록 또록히

           창가에로 닥아왔습니다.

             "지수야!"

             "네, 아빠!"

             "너도 저 보리처럼 자라야 한다.  어떤 눈보라가 치더라도

           절대 져선 안돼."

             "알았어요, 아빠."

             "그리고 간혹 아빠 엄마가 혼을 내더라도 그건 보리처럼 웃자랄까 봐

           밟아주는 것으로 여겨야 해.  알았지?"

 

             아이가 아저씨를 보고 방긋 웃었습니다.

             아저씨도 아이를 보고 빙그레 미소지었습니다.

             보리는 비로소 여기 와서 한 제 몫을 생각하였습니다.

 

             ’몸의 양식보다도 더 거룩한 양식이 되엇노라’고...........

 

 

     =============================================================================

 

 

 

                나 자신이 어느 누구에게 무엇이 될수 있을까요?

 

                어느 누구에게든

                몸의 양식보다 더 거룩한 양식이 될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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