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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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1-10-31 ㅣ No.2391

예전에 어느 할머니가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을 찾아 서울에 올라 오셨습니다. 청량리 역에서 택시를 타셨습니다. 택시기사가 할머니를 보고 ’할머니, 어디 가니나요?’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경상도 가시난데, 왜 그러요?’하셨습니다. 택시가 경희대학 앞에 있던 아들 집에 섰습니다. 요금계산기에 1500원의 요금이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기사에게 1000원만 건네 주셨습니다. 기사가 놀라는 표정으로 왜 1000원만 주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러자 할머니 왈 ’촌 할마이라고 깔보지 마이소 내사 아까 그거 500원부터 시작하는 거 봤니더.’

택시에서 나오셔서 할머니는 마침 아들의 고향친구 가군(賈君)이 있는 것을 보시고 아들에게 누구냐고 물으셨습니다. 아들이 고향마을에 사는 가씨집 아들이라고 일러드리니, ’가가 가가가?’라 하셨습니다. 며칠 계시다가 버스를 타고 시내로 구경을 나가셨습니다. 그때만해도 버스에 여자 차장이 있었는데, 돌아오는 버스에서 차장이 종로2가 내리세요, 종로3가 내리세요 하면서 외쳤습니다. 종로4가를 지나고 종로5가에 가까이 오게 되었습니다. 차장이 ’종로5가 내리세요’하고 외쳤습니다. 어머님이 차장에게 가서 ’해주오가(海州吳家)도 여기서 내리나?’하고 물으셨습니다.

 

어느 책에 나오는 유머인데 재미있는 것 같아서 주일 저녁미사에서 신자들에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좀 썰렁, 썰렁.

역시 읽는 유머와 듣는 유머는 차이가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몇번 해보다가 그냥 포기해 버릴때가 많습니다.

이제는 이런 말투는 버려야지, 이제는 칭찬을 많이 해줘야지, 좀 재미있고 밝게 대하도록 해야지... 등등

그러나 저는 계속 썰렁한 유머를 하면서도 실망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려는 그런 마음은 웃음소리의 크기와는 다르게 서로의 마음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색하고 어려운 사이를 둔 사람들이 있다면 혹은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지만 지루해하고 있다면 이렇게 마음으로 전달되는 노력을 꾸준히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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