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제6주일(가해) 요한 14,15-21; ’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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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5-04 ㅣ No.5385

부활 제6주일(가해) 요한 14,15-21; ’23/05/14

 

 

 

 

 

 

가끔 신자분들이 왜 어떻게 성당에 나오게 되셨는지’, ‘신앙생활을 하면서 어떤 기쁨이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십니다. 그중 어느 분은, ‘주님은 보이지 않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누군지 모르게 나를 도와주시는 것 같았다.”라고 하시며, “그 도와주시는 분이 주님이시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신자분의 말처럼 우리는 주님을 두 눈으로 직접 뵙지 못했기 때문에, 그분을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분의 성품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전혀 모르진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세상은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너희는 그분을 알고 있다. 그분께서 너희와 함께 머무르시고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요한 14,17)

 

우리는 그분이 무엇을 좋아하시고 어떻게 사시는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앞의 신자분 말처럼 명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분은 우리를 도와주고 계시다든지, 밀어주고 계시다든지, 보호해주고 계시다든지 등의, 그분을 믿고 따르는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계신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체험적으로 압니다.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에서, 그분에 대해 많이 알려주셔서 지식으로는 어느 정도 알지만, 구체적으로 그분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아서, 조금 무미건조할 뿐이지 그렇다고 모르지는 않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희망을 주십니다. 이 험난한 세상에 나 혼자 동떨어져, 내 힘만으로 내 인생을 개척하면서 살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나에게,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십니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18)

 

성령께서 오시면, 우리는 막연하고 뜬구름 잡는 것처럼, 남들의 말을 통해 알고 있는 정도만 아는 그분을 직접 느끼게 해 주실 것입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세상은 나를 보지 못하겠지만 너희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살아 있고 너희도 살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19)

 

그나마 그렇게 감이 잡히게 되면, 더 이상 그분은 성경에서 말하는 그 어떤 분이 아니라, 이제 우리의 주님이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우리에게 힘을 주고 계시다는 것을 명확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날,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또 너희가 내 안에 있으며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20)

 

주님께서는 우리의 희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십자가에 힘없이 달려 있는 저분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실패한 모습의 대명사로 저렇게 죽어간 분에게, 저희가 무엇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모두는 다 압니다. 저분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죄로 인하여 죽어간 것이 아니라,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돌아가셨기 때문에, 주 하느님께서 그분을 죽음에서 건져 부활시켜 주셨고, 부활하신 그리스도 예수님은 우리의 주님이 되셨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을 하느님께 이끌어 주시려고, 의로우신 분께서 불의한 자들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신 것입니다. 그러나 육으로는 살해되셨지만 영으로는 다시 생명을 받으셨습니다.”(1베드 3,18)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주님 삶의 방식을 따라 구원을 위한 희생을 살면, 우리는 물론이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구원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나 홀로 구원받을 수 없고, 내가 내 탐욕과 죄악의 굴레에서 벗어나 우리 함께 구원되는 길을 발견하고, 또 나뿐만 아니라 너와 우리가 그렇게 걷게 되면, 우리 모두가 구원의 하느님 나라를 발생시킬 것을!

 

그리고 너와 내가 함께 우리 가운데 하느님 나라를 발생시키면, 우리 안에 그분께서 우리와 함께 머무실 수 있게 되며, 주님의 말씀처럼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1) 라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루어진다는 것을 압니다.

 

이러한 우리의 길이 바로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주님을 아는 길, 주님의 사랑을 받는 길, 주님께서 나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느끼는 길은 무엇보다 주님께서 말씀으로 일러주신 하느님의 나라를 우리 가운데 발생시키는 일입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요한 14,21)

 

예비신자 때나, 세례를 받은 지금이나, 아니 앞으로도 우리가 죽어 주님의 품 안에 안길 때까지, 우리는 주님을 온전히 알 수 없으며, 주님과 내가 온전히 하나되는 그때가 되기 전까지는 늘 주님의 사랑을 갈망하며, 시간과 공간이 제한된 이 세계에서, 유한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다소 답답하고 허무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보다 먼저 우리를 사랑하셔서 주님의 자녀로 불러주신 주님을 사랑하여, 주님의 길을 걷게 되면 우리는 주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15-17)

 

진리의 영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에게 주님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느끼고, 조금이라도 더 명확하게 알게 해주시기를 빕니다.

 

진리의 영께서 오셔서, 고단하고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힘이 되어주셔서, 힘있게 이 세상을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진리의 영께서 오셔서, 어둡고 외로워 깜깜한 밤을, 주님을 알게 된 기쁨으로 기쁘고 보람찬 희망의 나날로 바꾸어주시길 간구합니다.

 

그리고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우리보다 어렵고 힘겹게 오늘을 보내고 있는 부족하고 나약한 이들에게 주님 은총을 나누는 무상의 벗이 되어 줄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함께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발생시킬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요한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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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6주일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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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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