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성모님의 미역국

인쇄

김지연 [kjeeyeon] 쪽지 캡슐

2001-12-02 ㅣ No.3165

무엇이 급한지... 세월이 아주 빠르게 내 곁을 지나가 버립니다.

저는, 용산신자는 아니지만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성서의 여인들’을 통해 삶의 많은 부분들을 위로 받고,  치유받으며 많이...정말 많이 밝아지고, 수다스러워진

세실리아 입니다.

성모성월에 시작한 공부가 대림시기를 끝으로 마감합니다.

여인들의 삶을 묵상하며... 우리 반원들은 모두 ’딸’ 로써의 ’나’... ’엄마’로서의 ’나’... ’아내’로써의 ’나’....  버릴수 없기에 끝까지 사랑해야 하는 ’나’..라는 존재 때문에 많이 아파하고... 아픈만큼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게시판를 몇번이고 들어 갔다 나오기를 여러번 반복하다가 용기를 내어 4년전 땅으로 꺼질듯이 무너진 내 삶에 친구처럼 다가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주신

그 분의 사랑을 4년이 지난 이 대림시기에 조심스레 털어 놓습니다.

제 나이 41살 이라는 꽃(?)같은 나이에 남편은... 그분이 하늘나라에서 급히 쓰실 일이 있으시다고 데려 가셨습니다.

과부가 된 저는,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요셉을 데려가셨으니 ’당신이 책임지라고...’ 그 분께 떼를 썼습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어려움은 눈 한번 꿈뻑 감았다 뜨면 되지만 사춘기를 겪어야 하는

작은 아이에게는... 어미의 힘듬을 배려한 자식의 고통을 지켜보는 어미는 가슴을 찢다 못해 온 몸에서 피가 흘렀습니다.

집을 작은 집으로 옮기고 나머지 돈을 들고 영국으로 갔습니다.

상처받는 것에 지쳐버린 저는, 한국 사람이 없는 시골로...시골로...갔습니다.

일어서면 천정과 부딪치는 지붕밑에 만들어 놓은 다락방에서 살면서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사전하나에 의지한 채 집을 얻으러 다녔습니다.

한국인의 된장과 김치를 아는 부동산에서는 세번이나 거절을 했습니다.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도록 여러날을 다니다 지친 어느날, 서러움이 복받혀서 밥을 먹다가

입에 있는 밥알이 튀어 나오든 말든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어찌나 울었는지 지쳐있는

내 귀에 ’ 얘야..너 왜우니? ’ 라고 누군가 물었습니다.

" 그럼, 지금 내가 안울게 되었어요?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가 오고 추워지는데 집이 없잖아요." 라고 악에 받쳐 소리 질렀습니다.

’ 애야.. 울엄마는 바람 씽씽부는 추운 마굿간에서 나를 낳고도 미역국도 못 드셨단다.

그런데 너는 지금 미역국에 밥도 먹고 있구나!’ 라고 하셨습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바닥에 놓인 밥을 보니 정말 뜨거운 미역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두리번 거려보니 부부가 직장에 가고 그 집에는 저 혼자 있었습니다.

저는,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 불쌍한 저를 용서 하세요... 어떠한 처지에 있어도 당신이 함께 하고 계심을 잊어버렸습니다...."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그동안 쌓인 과부의 서러움을 토해내 듯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 분의 보이지는 않지만 크신 사랑과 성모님의 침묵뒤에 감춰진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무지함에... 말입니다.

눈물과 콧물로 퉁퉁불은 밥을 꾸역꾸역 맛있게 먹고 용기를 내어 돌아다닌 이틀뒤...

제 삶속에  몰래 안배해 놓으신 일들이... 저에게 소리없이 오고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마루가 깔린 월세집이 시세보다도 싸게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날이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기 며칠전 이었습니다.

그후... 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아이들이 그 집에서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변의 집들이 월세가 오르든 말든 아랑곳 하지 않고, 그 가격 그대로를 유지하며 말입니다.

춥고 낡은 마굿간을 통해 저에게 비움과 겸손을 알게 하신... 그 분을 저는 사랑합니다

그리고...늘...자식의 삶 뒤에서...눈물이 피가 되어 흘러도 하느님의 안배하심을  한치의 의심도 없이 쇠심줄 보다도 강하게 믿으셨던 성모님을...저는...정말...정말 사랑합니다.    

 

 

 

 



17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