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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 속바지까지 내보이게 한 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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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위를 자전거로 달리는 청소년들
그 녀석은 강원도 원주에서 나, 강석연 수녀를 똥개 훈련시킨 놈이다. 그러니까 그 녀석은 그날 밤 열두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 나를 치악재에서 중앙고속도로 신림 IC 사이를 계속 왔다갔다 헤매게 만든 놈이다. 그 녀석은 오메오메, 내 머리에 두건이 벗겨지고, 속옷 바지가 수도복 아래로 길게 내려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나를 강원도 신림지구대에 들어가게 한 놈이다.
복교생프로그램은 이런 아이들이 3박 4일 동안 ‘자퇴’라는 이름으로 중단한 학교 로 돌아가기 위해 머리에 쥐가 나도록 교육 받는 자리다. 학교 복귀는 이 교육을 무사히 마쳤다는 <복교생수료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나와 태수 그 녀석과의 운명적 만남은 바로 이 복교생 교육이 한창 진행 중에 이루어졌다.
복교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수녀
그 녀석은 교육 3일 째 되는 깊은 밤에 소동을 일으켰다. 이유는 자기에게만 담배를 주지 않았다며 교육관이 떠나가도록 소리소리 지르고, 울고불고 시작한 시각이 밤 12시 20분. 녀석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걸어서라도 집에 가겠다며 생떼를 부리기에 나는, 그럼 데려다주마 하고 야밤에 녀석을 차에 태우고 길을 나섰다. 내 속셈은 차를 타고 한 바퀴 돌고나면 녀석 마음이 가라앉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사건 발생은 이렇다. 41명을 소그룹으로 나누어 교육을 실시하는데 어느 그룹 교사가 어찌어찌 하여 한 학생에게 담배 한 개피를 주었다. 녀석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교사의 이유 있는 배려가 받은 그 학생에게는 자랑거리였다. 너무 피우고 싶은 담배. 썅, 왜 나는 주지 않는 거야? 교사에게 따지자니 용기는 없고……. 이 상대적 박탈감의 불똥 대상을 녀석은 나를 택한 것이다. 이런 아이들일수록 정말 해야 할 사람에게는 하지 못한다. 그리고 엉뚱한 일을 벌인다. 운전대에 앉은 나도 녀석 말에 핑퐁으로 대꾸했다.
복교생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세수녀
“내가 줬니? 아니잖아. 그러니까 답변할 수 없어.” 그러자 녀석이 “에이 씨.” 하면서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럼에도 나는 동요되지 않고 차를 스르르 세우면서 침착하게 안전벨트는 매야지 했더니 녀석은 “씨팔, 아우~~~” 를 아주 거칠게 외쳐댔다. 나는 차를 완전히 정지시키고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없다는 자세로 안전벨트를 매주려 녀석에게 몸을 뻗는데 차 문을 열고 뛰어나가는 못된 그 녀석.
예상대로였다. 녀석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앉아 있었다. 그런데 고개를 쭉 빼고 내가 모는 차를 발견하자마자 다시 일어나 슬금슬금 도망을 간다. 나는 그 녀석 옆으로 차를 바짝 대고선 "얼른 타. 수녀님이 불행하게도 인내심이 별로 없어."
순간, 원천적 내 성질대로 한다면야 "얼른 타……. 지금, 너무 추워 감기 걸린다. 어서." "됐거든요? 죽던 말던 왜 수녀님이 신경 쓰세요? 일 없네요." 나는 붙어 있는 쓸개까지 잡아뗀다. 그리고 마지막이란 목소리로 "그래? 그럼 난 간다." 하고선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주마 하고 속도를 높여 교육장이 있는 곳으로 힘껏 액셀을 밟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가는 도중 가까운 신림지구대에 들어가서 녀석을 차에 태워달라고 부탁할 생각을 했다. 나는 지구대로 가기 전 또 다시 주변을 돌면서 녀석을 찾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녀석이 보이질 않았다. ‘OH MY GOD!’ 한 바퀴, 두 바퀴…….
한 시간이 넘도록 돌았지만 녀석은 나타나지 않는다.
수도복 밑으로 아주 넉넉히 나온 내 속바지. 두건은 벗겨져 머리 뒤편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고, 그 바람에 고슴도치처럼 뻗쳐 있는 머리카락들. 그래서 경찰 아저씨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구나. 그러나 그때는 창피한 줄도 몰랐다. 그 녀석 땜시.
나는 녀석을 차에 태우고 무사히 교육관에 돌아왔다. 아마 새벽 4시쯤 되었을 것이다.
두 달이 지났다. 녀석을 다시 만난 곳은 학교가 아닌 춘천 보호관찰소였다. 이번에는 다소 곤히 앉아 있었다. <복교생수료증>은 받았으나 학교로 돌아가기 전에 또 사고를 쳐서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녀석. 그래도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으로 머리에 염색도 풀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창문 너머로 녀석을 보노라니 지난 겨울 ‘나와 녀석과의 연가’가 떠올랐다. 나는 그 녀석에게 눈으로 힘껏 말해 주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