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분이 서거하셨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어찌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나 해서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멍하니 그 소식만 전해 들으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흔히 말하는 무슨 빠도 아니고, 까도 아닐뿐더러 평범한 시골 촌부입니다.

대통령시절 정책이나  정치에 대해서 비난도 비판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치열한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했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그렇게 떠나가셨습니다.

아니 우리사회가 아직 그분의 꿈을 따라가지 못하고

받아들일 사회적 여건이  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분노한 것은

동네 노인들 중에 그 죽음마저도 비난하는 사람을 몇 분 보았습니다.

“감옥가기 싫으니 그런 것이다“라는 분까지 있었습니다.

뇌물죄가 있다. 아니다 증거가 없다.

포괄적 뇌물죄로 기소할 수 있다, 아니다 그럴 수 없다.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사람이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생을 마감한자리에서,  그것도 불행한 죽음 앞에서

그리 비난할 수 있다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언론에 몇몇 사회 지식인들이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보면

더욱 제 자신이 혼란스럽습니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까지 와 있구나, 해서 슬펐지요..

이 모습이 내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의 모습인가해서 말입니다.


며칠 만에 시간 내서 저녁 늦게 조문 하러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뽑은 전직대통령이었고,

그래도 가장 서민적이고 친근감 있는 사람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그 분의 삶을 재조명하며

수많은 국민들이 조문한다고 합니다.

 

 

또한 분노한다고 합니다.

그 분노의 대상이 누구인지 생각합니다.

어쩌면 바보 같은 자신들인지도 모르지요.


국민들 건강보다는 강대국 눈치를 보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여
촛불을 든 수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정부를
반신반의하며 따라갈 수밖에 없었고

또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스스로에게 분노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경제가 안 좋으니 불평보다는 인내하자고 했던 모두가

그냥 참았던 울분들이 분출하는 겁니다.

힘없는 국민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먹어야만 하고

먹을 수밖에 없는 자신에게 분노하는 것입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며 바른 선택보다는

호주머니 사정 때문에, 미래보다는 현실에

정의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이익만 생각했던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비겁했던 내 자존심이 사망한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분노하는 것입니다.

알면서도 진실을 외면했던 내 자신이 죽었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힘있는자들이
그 슬픈 눈물마저도 통제하려하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죽은 자의 마지막 유언까지도 감추는
정부와 언론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위에 서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잃어버린 자신의 양심을 찾으려고 눈물을 흘립니다.
돌아서서 울지않고 고개를 들고 흘리는 눈물입니다.

경제논리에 외면한 자신의 자존심을 찾으려고 흘리는 눈물입니다.

나만 생각했던 이기심이 부끄러워 흘리는 눈물입니다.
정의로웠던 자신의
잃어버린 모습이 슬퍼서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다시 한줄기 눈물을 바라봅니다.

가장 소박했었고, 가장 권위적이지 못해서 조롱받던

상고출신 대통령의

아름다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간
아픔에 대한 추모의 눈물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