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성당 게시판

어느 대부님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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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근 [barbara59] 쪽지 캡슐

2000-05-29 ㅣ No.488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부활시기도 다 지나가고 성령 강림 대축일이면 우리 본당에도 새로운 가족들이 생긴다.

 예전과는 달리 남성들이 많이 늘어났으며, 또한 젊은 청년들이 많아졌다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모른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영세 받기 며칠 전이 가장 가슴 떨리며 들떠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세례식을 앞둔 예비자들도 지금쯤이면 대부, 대모를 어떤 분으로 모실까 고민을 하겠지, 하면서 문득 시아버님의 대부님 생각이 났다.

 

 채 영호 암브로시오님.

 아버님과는 초등학교 동창생이시다.

 6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칠순의 연세에 이르신 두 분의 우정이 각별했지만, 5년 전 대부 대자의 관계로 맺어지면서 더욱 남다른 사이가 되셨다.

 7년 전 건강하시던 아버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고, 그 때부터 대수술을 몇 번에 걸쳐 받게 되시면서 아버님께서 대세를 원하셨다.

 기꺼이 대부가 되어주셨던 암브로시오 님께서는 영세 후 지금까지 매달 월말이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일미사" 책과 함께 정성스럽게 쓰신 편지를 보내주셨다.

 

 기도하는 법, 시기에 맞는 성서 말씀, 그 편지 속에는 영적인 대부로써, 그리고 친구로서 모범적인 신앙인의 모습을 담아주셨다.

 

"더없이 귀한 유일한 벗, 오늘의 말씀으로 매일을 보람된 나날로 이어 주길 바라오."

 항상 그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 "매일미사" 책은 내가 미사 해설 할 때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책이 되어 늘 가까이 있고, 또한 그분의 신앙으로 조용히 이끌어 주시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매일 아버님께 그 날의 복음을 읽어 드린다.  

 

 칠순이 지나도록 늘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시는 채 영호 암브로시오님은 새로운 사이버 공간에서도 집짓기 홈페이지를 만들어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고 계신다.  그리고 모든 일에 성실하게, 꾸준하게, 열심히 사시는 분으로서 긴 세월 우정을 나눠온 어제의 동지가 누워 있는 것이 안타까워 그토록 오랫동안 한달도 빠지지않고 편지를 보내고 계신다. 정말 보통 어른이 아니시다.

 

그분의 편지 중에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한 구절이 있다.

"(중략) 나는 친구에게 한가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치오. 그것은 나를 대부로 세워준 일이오. 그 사실은 좀 더 진지한 신앙인의 길을 걷게 하는 채찍질로 받아 들여 졌소. 그리고 그 사실은 이 같이 친구에게 줄 글의 재료를 제공해 주는 계기도 만든 셈이오."

 

 "마카리오 대형(大兄)의 모든 고통 어서 다 뿌리치고 참된 부활로 늘 평화와 더불어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오늘도 기도 올리오. 이런 말이 생각나오.「그렇습니다. 나는 기도로 즉각적인 효험은 보지 못 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도 속에서 참 뜻을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라고."

 

 이 같은 두 분의 우정과 사랑에 부활의 불길이 성령의 힘으로 두 분의 머리 위에 뜨겁게 내려 부어지기를 기도 드린다.

 

 그리고 수원대교구 산본 성당에 다니시는 채 영호 암브로시오님께 우리 가족 모두 감사드리면서,이제 이분처럼 새롭게 대부 대모가 되실 분도 대자 대녀를 위하여 이렇게 진실한 사랑의 인연을 가꿔가시라고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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