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2동성당 게시판

가맹점-지상의 것을 슬기롭게 쓰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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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석 [cisthomas] 쪽지 캡슐

2004-03-09 ㅣ No.3047

 “본당 가맹점 제도?  신축기금마련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지난해 바자회 즈음하여 이 제도의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신축기금을 지레짐작하면서 제가 가진 첫 느낌이었습니다.   성전건축기금 걱정 없도록 신립금 팍팍 써내지 못하는 내가 뭐 할 말 있겠냐마는 바자회 너무 잦다는 투덜거림도 없지는 않던 상황에서 가맹점 이야기를 들으니 다소의 피로감과 함께 "잘될까?" 하는 회의감이 드는 게 솔직한 저의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제도를 도입하면서 실제 취지와 운영방식에 대해 설명을 듣는 순간 “어! 내가 잘못 알았네.   우리 성당 기획하시는 분들, 그저 신축! 신축에만 몰입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시각차가 있어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취지에는 그다지 동의할 수가 없지만 <불우이웃돕기>라......   성전건립이라는 가시적인 목표가 너무 커서 저쪽 뒤편에 소외되어 있는 이웃들은 보지 못하기가 십상인데 생활 속의 불우이웃돕기라!!!  그러고 보니 “사랑의 나눔회” 후원회원이랍시고 내가 내는 회비가 몇 푼이나 되지?   그것 말고 신자랍시고 이 동네에서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고 있는 게 따로 뭐가 있지?"

 

할인혜택이야 몇 푼이나 되겠냐마는 참으로 나눔이 없는 생활이다 싶어 반은 죄의식에서 반은 보험 드는 기분으로 가맹점 카드를 구입했습니다.  그저 형식적으로 불우이웃돕기 성당행사에 동참한다는 의미로만 구입해 두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가족들 외식하면서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면 할인해 달라기도 면구스러워 카드를 제시하지 않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달여 지나도록 가맹점 카드 판매가 기껏 100여장 밖에 안된다는 말을 듣고 그 정도라면 불우돕기할 재원이나 제대로 마련되겠나!  잘만하면 일상 속의 나눔이라는 공동체적 실천가치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텐데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일단 우리식구부터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가맹점 제도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맹점 업종들을 숙지하고 저희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지출활동에 적용해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횟수로 보면 만만치 않은 가족들 외식과 이웃들과의 회식 때, 금액과 관계없이 항상 카드를 제시하면서 다른 사람들 들리도록 할인을 요구하여 활성화된 분위기를 과시합니다.  홍대주변에서 자주 갖게 되는 친구들 모임도 가끔 여건이 되면 동네로 몰고 옵니다. 또 주변 친지들에게도 혹시 하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제도를 소개해둡니다.  그러면서 지난 두세달 사이의 활용도를 헤아려보니 실제 혜택 본 금액이 장난이 아니네요.   외식/회식비 할인혜택이 5만여원, 처조카 피아노 구매알선으로 74만원, 회사 승합차 구매시 10만원 추가할인+ 온갖 차량 악세사리 서비스, 그 밖에 노래방/잡화/의류 등으로  2~3만원......  

만원짜리 카드 두장 산 것 치고는 꽤 많은 할인혜택을 우리 가족 또는 주변 친지들이 받은 결과가 되더군요.

 

견강부회인지 모르겠으나 미사 끝기도에 가끔 해 주시는 말씀 중에 제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천상의 것에 마음을 두고 지상의 것을 슬기롭게 쓰도록 해 주소서>

우리가 현세 생활 속에서 어차피 해야 하는 의식주 활동 - 그 소비지출을 경제적으로 하면서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나눔과 사랑이라는 천상적 가치도 작게나마 실천하게 해 준다면 우리 성산2동 성당의 가맹점 제도는 슬기롭게 씀직한 지상의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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