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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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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성당 [seogwipo] 쪽지 캡슐

2005-06-17 ㅣ No.14

반대한다고 하여 환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한 생명을 치료하고자 또 다른 생명을 제삼자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희생시키는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인간을 수단으로 삼는 과학기술을 결코 지지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배아라 할지라도 틀림없는 인간 생명체입니다. 우리 모두는 배아였습니다. 배아줄기세포를 얻으려면 생명체인 배아를 파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배아 상태의 인간 생명을 죽이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방어하지 못하고 자기 결정권을 수행하지 못하는 생명을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 임의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며 기득권자의 횡포입니다. 행위의 목표가 선한 것이라면 목표를 이루어내는 수단마저도 선해야 합니다. 행위의 목표가 윤리성을 지녀야 하듯이 그 수단도 윤리성을 지녀야 합니다.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 가운데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임상적으로도 효능을 발휘하고 있는 성체줄기세포 치료는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을뿐더러 안전성도 탁월합니다. 많은 생명과학자들이 줄기세포가 인류의 건강과 생명에 큰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에 계속 연구,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배아줄기세포 대신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생명과학은 학문으로서 자율성과 자유를 담보 받기를 원합니다. 그렇지만 생명과학 역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와 자율성을 담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유와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그에 따르는 책임과 건강한 양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공명심이나 상업성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한 책임과 양식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생명과학은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목표로 삼을 때 그 도덕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과학은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눈부신 업적에 자만하지 말고 거듭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고뇌를 해야 합니다. 할 수 있다고 해서 무엇이나 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할 수 있음에도 해서는 안 되는 경우를 식별하고 기꺼이 포기하는 용단을 내릴 때 생명과학은 신뢰와 지지를 얻을 것입니다.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우리 가톨릭 교회의 관심은 지대합니다. 왜냐하면 생명과학의 올바른 발전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도 있고, 동시에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파멸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배아를 단순한 세포덩이로 여긴다거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미한 존재로 여기면서 파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우리 사회에 죽음의 문화를 급속도로 확산시킬 것입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 결과에 열광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냉철한 이성을 되찾아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2005년 6월 4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리주교위원회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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