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사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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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1999-01-30 ㅣ No.373

 안녕하십니까!

제기동 가족 여러분. 사람에게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년마다 본당을 옮기는 관계로 "집"에 대한 생각을 종종합니다. 보통 제가 생활하는 집을 사람들은 "사제관"이라고 부릅니다.

 

 처음 중곡동에 있을 때는 성당 종탑 밑이 제가 생활하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지만 좋은 점도 많았습니다. 우선 성당에 미사를 봉헌하러 갈때 참 가까웠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감실에 계신 예수님을 뵈올 수 있었습니다. 종탑의 사제관은 청년들의 쉼터가 되기도 했습니다. 종탑 밑이 성가대였습니다. 성가대 친구들이 곧잘 물을 얻으러 오기도 했고, 잠시 쉬어가기도 했습니다.

 

 용산에 있을 때는 성당 옆에 2층 건물이 있었고, 제가 있던 방은 2충이였습니다. 1층에는 본당 신부님이 계신 관계로 전처럼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창문을 열면 한강이 바로 보이는 참 아름다운 사제관 이였습니다. 용산에 있을 때는 본당 신부님이 자주 바뀌어서 2층에서 1층으로 옮기기도 했고, 나중에는 다시 1층으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보좌신부의 비애라고나 할까요...

 

 세검정에 있을 때는 성당을 신축하는 관계로 사제관이 성당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버스로 8정거장 떨어져 있었습니다. 매일 출근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새벽미사가 있는 날 늦잠이라도 자게 되면, 난리(?)가 났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일단 사제관엘 돌아오면, 저만의 공간이 생겼습니다. 지금도 세검정 사제관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옵니다. 제방 창문에서 보면 유명하신 "김현철"씨의 창문이 보였습니다. 덕분에 밤손님들은 얼씬거리지 못했습니다.

 

 이제 이곳 제기동 사제관에서 생활한지도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곳 사제관은 겉에서 보면 무슨 성같이 느껴집니다. 제 방에 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참 아늑하고, 편안합니다. 사제관과 성당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고, 아침 저녁으로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면, 마치 이곳이 천국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집이야 어떠하든 신부가 생활하는 공간이 바로 "사제관"이 아닌가! 그곳이 종탑이든, 2층이든, 성당에서 멀리 떨어진 주택이든, 성처럼 웅장하든 그것이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 나라"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는 곳 그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2000년 전에 이곳에 임하셨고, 그분께서 생활셨던 이 땅은 그래서 바로 하느님 나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도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고 믿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이 땅은 그래서 당연히 하느님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사제관들이 저만을 위한 것이 아니였듯이, 예수님께서 임하셨던 이 하느님 나라 또한 이제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임하시으로 해서 "이미"시작된 하느님 나라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완성해 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그럼 무엇을 해야합니까!

 

 첫째, 생활의 변화, 바로 뉘우침으로 이야기되는 "회개"입니다. 아파트에 살다가, 작은 전세방으로 옮겼으면, 이제 전세방에 알맞는 생활을 해야 하듯이, 하느님 나라에서 생활하려면, 이제 하느님 나라에 맞는 생활로 변화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둘째, 변화된 생활에 만족할 수 있고, 오히려 거기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자동차가 아무리 좋아도 '기름'이 없으면, 갈 수 없듯이 하느님 나라에 생활하는 우리들에게 기도가 없으면, 금새 실증을 느끼고, 예전의 삶에 대한 갈망을 느끼게 됩니다.

 

 셋째, 하느님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태도 입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모든 것을 참아주고, 모든 것을 이기며, 모든 것을 가능케 합니다. 바로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몸소 이 사랑의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교우 여러분!

여러분의 집에, 여러분의 삶에 주님께서 함께 하십니까! 그곳은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 하느님 나라를 완성해 가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곳 제기동 사랑방도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1월의 끝을 아쉬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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