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강론]부모님들은 행복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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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칠 [mpark] 쪽지 캡슐

2004-02-16 ㅣ No.4257

주일 미사가 끝나고 몇몇 분들과 맥주 한 잔을 함께 마셨습니다.

자연스레 오늘 강론 이야기가 나왔고, 게시판에 올려주기를 부탁받았습니다.

요즈음, 자식 키우는 부모님들은 마땅히 위로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부족한 강론 올립니다.

 

 

연중 제 6 주일                                                          2004. 2. 15.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들은 미사에 참례할 때 주로 앉아 있거나 서 있게 됩니다.

예전에는 장궤한다고 해서 무릎도 많이 꿇었습니다.

중환자의 경우말고는 어떤 경우에도 누워서 미사 참례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누워서 미사 참례 할 때가 있으니 그 때가 곧 장례 미사 때입니다.

 

지난 주간 본당에서는 4 건의 장례가 발생했습니다.

고인들께서는 제단 앞에 아주 편하게 누워서 마지막 미사 참례를 하셨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중에 피에타 상이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님의 시신이 어머니 마리아의 무릎 위에 뉘어져있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누어있는 예수님을 어머니 마리아는 양팔로 안아주고 있습니다.

월요일과 금요일 장례 미사 때, 제대 앞의 관을 보면서 피에타 상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고인들의 영혼을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받아 안아 주시고 품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런 면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품안에 안기신 그분들은 이미 행복한 분들임에 틀림없습니다.

 

고인들께서는 당신의 아들, 딸들을 이 세상에 남기셨습니다.

자녀분들은 고인들께서 세상에 오셔서 남기고 가시는 생명이고 사랑입니다.

자녀들의 믿음을 통하여 고인들께서 물려주신 신앙의 씨는 계속 번져갈 것입니다.

자녀들의 사랑을 통하여 고인들께서 살다 가신 사랑의 씨는 계속 번져갈 것입니다.

자녀들의 생명을 통해서 고인들께서 남기신 생명의 씨는 계속 번져갈 것입니다.

그것 하나 만으로도 고인들의 삶은 결코 헛된 삶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돌아가신 부모님들의 삶은 존경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참으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저희들처럼, 그리고 수도자들처럼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 낳아 기르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정을 꾸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은 대단한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비록 가난하다 하더라도 자녀들을 먼저 먹이고 입히시는 사랑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참으로 훌륭한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비록 많이 못 배웠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자녀들만큼은 더 배울 수 있도록  당신들은 하고 싶은 것 포기하며 살아가십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참으로 대단한 분들입니다.

 

많은 교우 분들은 독신 생활 하는 오히려 저희를 부러워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신부님, 신부님 되셔서 혼자 사시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 줄 모르실 거예요."

 

결혼 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고백소에서 들어야 하는 이야기들이 거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싸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살아간다 해도 다 가정을 위해서 하는 싸움입니다.

새끼들 키우느라고 하는 싸움이고, 새끼들 잘 되라고 하는 싸움이며,

어떻게 해서든 더 잘 살아보겠다고 하는 싸움입니다.

 

자녀들을 키우면서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든 부모님들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한 가정을 책임지고 그 책임감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은 마땅히 존경받아야 합니다.

제가 사제가 되어 여러 교우 분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면서 살고 있지만,

정작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셔야 할 분들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주머니가 가벼울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어버이들은 참으로 고민이 많습니다.

여기 저기 들어가야 할 돈은 많은데 손에 쥔 돈은 너무나 적습니다.

아이들 학원도 줄여야 하고, 용돈도 줄여야 합니다.

 

그래도 부모님들은 행복한 분들이고 또 행복하셔야 합니다.

먹여 살릴 처자식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모님들은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아침부터 밤늦도록 뛰어다니는 것이 결코 불행일 수는 없습니다.

책임질 수 있는 가정이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행복한 것입니다.

게다가 희망 덩어리인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잘 크고 있으니 부모님들은 행복합니다.

비록 가난할지 몰라도 그들은 행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우리 부모님들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복음은 또 말씀하십니다.

"지금 우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웃게 될 것이다."

이 말씀도 오늘 이 땅의 부모님들을 위해서 새겨보고 싶습니다.

 

"이 시대에 울 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울음을 잃어버린 사람들, 가슴이 메마른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처자식을 위해서 울 수 있다는 것은 가정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부모님들은 행복합니다.

지금은 울지만 그 울음은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곧 웃음으로 변화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비록 가난하게 살아도, 살아가면서 비록 울음을 터뜨려야 할 경우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주님의 마음을 오늘 복음을 통해서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기쁜 소식이 되고 있음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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