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약현성당 게시판

수다쟁이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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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2-12-14 ㅣ No.1109

오랜만에 집에 다녀왔습니다.

이상하게 멀리 있는 것도 아니면서 부모님께 다녀오는 것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아버지께서 어깨가 아파서 팔을 쓰는 것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갖다줘야할 서류도 있어서 겸사겸사해서 갔는데 너무나 기뻐하는 부모님을 보니 더 마음이 안좋고, 부모님이 더 늙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가기전에 "된장찌게 좀 끓여 주세요"하고 전화를 하고 갔는데 된장찌게 대신에 맛있는 된장국을 끓여 놓으셨습니다. 요새 입맛이 싱거워 졌길래 찌게 대신 국을 끓였다 하시는 어머니 말씀도 가슴에 남았습니다. 사실 어머니와 저는 별로 사이가 따뜻하지 못합니다. 왜그런지 신부되기 몇년 전부터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집에 더 자주 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별로 할 얘기도 없고 가도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하셔서 듣기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수다를 떨다 왔습니다. 어머니는 말을 받으시고 웃으시며 자꾸 얘기를 시키시고 아버지는 텔레비젼을 보는 척 하시면서도 얘기를 다 듣고 계셨습니다. 그리곤 가끔 다른 얘기를 물어보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오는 길은 너무 많이 먹어 속이 더부룩한 중에 계속 트름이 나와 지하철을 타고 오는 중에 계속 옆사람들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아마도 저는 집에 지금처럼 자주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의 따뜻하지 못한 성격과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을 보면 분명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기왕 집에 들르면 먹보요 수다쟁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어머니는 어떤 선물을 받기보다 당신이 해주신 음식을 많이 먹기를 바라시고, 많이 떠들어 주기를 바라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많이 먹고 많이 수다떠는 것. 이처럼 쉬운 효도가 없는데..............

 

 

그것도 못하는 불효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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