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사랑하는 경진,레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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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준 [chopaul] 쪽지 캡슐

2000-01-19 ㅣ No.3068

(혹시 정경진 레오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맨밑에 간단히 소개해왔어요...)

 

경진아 어젠 참으로 기뻤으리라 본다...

많은 사람들이 널 아직도 기억해주었고..

너에겐 수많은 너를 아직도 사랑하는 친구들과 선배들, 후배들이 있잖니..

저녁 미사를 못간건이 못내 아쉽구나...

성일이의 연주가 또다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 눈물을 자아냈다는데..

이젠 3년이나 지났으니, 지상에서의 한 다 잊고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으리라 본다.

차라리 널 몰랐거나 별로 안친했더라면 그때 그리 가슴아프지는 않았을것을..

 

널 처음 안것이 너 중3때구나... 곧이어 넌 중산고를  입학해서 머리도 짧고, 가뜩이나 마른놈이 ^.^

노용호가 널 처음 소개시켜 주더구나. 그땐 난 고2...학생회 전례부장이었다.

그후 교사가 되고, 난 전례부 담당교사로, 넌 고2전례부장으로...

너 고3때 과외도 소개시켜 주었고, 수능보고 한참 고민하다가, 나한테 학과에 대해서도 묻고..

연대에 너가 원서넣으러 가던날, 아버지 차안에서 마지막으로 확인전화를 하던 그 기억과,붙었다고 제일먼저 전화해주던 그때의 목소리는 아직도 잊을수가 없구나...

 

저밑에 송주연도 기억하던 97년 1월초의 중.고등부 마리스타 위탁피정... 난 총담당자였고, 넌 신입교사로 배우겠다며 따라갔었지...

그게 마지막 함께한 밤이었을줄이야...

벌써 교사라고 얘들 조용히 시키고 피정이라 어쩔수 없이 마지막날밤 얘들 밤 못새게 하고, 술 빼았다가 고2들이던 상훈이, 창은이, 성환이 등한테 형 벌써 배신한다고 ’따’되었던, 그래서 서운하다며 눈물을 찔끔했던 너의 또다른 여린면을 보기도 했었는데..

 

1월 18일 아침을 난 기억한다....

1월 16일날 태국가는 비행기를 앞두고 공항에서 형. 잘다녀올께요. 라며 밝고 첫 외국으로 가는 설레임속에 전화하던 놈이, 갑자기 이국에서 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을 때..

 

너와의 3년 추억이 시간은 짧지만, 깊이는 얕지 않구나...

감히 너의 가장 친했던 형이라고 말하고픈 경진아...

이제는 편히 쉬렴...

아버님, 어머님, 너의 누나, 동생도 다 잘 지내고 있단다...

승원이는 어느덧 대학을 졸업하는 모양이구나. 동생도 좋은 결과 기다리고 있고...

 

오늘은 참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너가 어제의 모습들을 보고, 슬퍼 울었나보구나...

힘내거라... 또다시 사람들은 내년 1월 18일까지 널 잊어버릴지 모르지만, 너무 서운해말고, 아직 지상에 남은 너의 친구들과 선후배들, 부모님과 가족들을 위해 많이 기도해주렴..

너가 다 못다이룬 교사의 꿈.. 형이 아직 5년째 하고 있단다... 성일이도 최선다하고 있고... 많이 도와줘....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p.s)정경진 레오는요...

78년 태어나서 문정중.중산고를 거쳐 97학번으로 연대에 특차입학했었습니다. 성당엔 중3정도부터 모습을 비췄구요(?) 특차붙자마자 교사에 가입했었죠. 차라리 3월 제때에 가입했으면 화를 면했을것을.. 1월 초에 중.고등부 피정을 잘 다녀온후, (97년입니다)

당시 중.고등부 구교사이던 황현 도미니꼬 사비오 형의 소개로, 형의 어머님이(데레사자매님) 태국 한인 천주교회에 계셨습니다. 태국이 불교국가라 천주교가 융성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나 한인천주교회는.. 교사로서 보고 배운거, 좀 가르쳐주 주고, 봉사활동도 할 겸해서, 우리교사 3명과 경진이까지 모두 4명이 97년 1월 16일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도착하니 모두들 환대해주셨고, 천천히 활동 시작하자면서, 일단 몸풀고 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17일날은 인근 해수욕장에 간 모양입니다. 그런데, 평소 운동도 왕잘하던 경진이가, 준비운동이 부족했는지, 그날따라 하느님이 데려가시려고 그랬는지.... 같이간 사람중 여교사는 모래사장에 있었고, 형둘과 경진이 셋이서 너무 깊이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경진이가 쥐가 나서 허우적거리는데, 서로들 좀 떨어져 있었고, 깊은 바다에서 형둘이 다가갔을 땐 이미 기력이 빠져버린 경진이를 살리기엔 무리였나봅니다. 겨우 끌고나왔지만,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소식을 들은 아버지께서 태국으로 가셔서 화장을 한후, 유골만 한국으로 가져와, 성당에서 장례를 치루었습니다...... 참으로 기억하고 싶지않은 일주일이었습니다....

 

모두들 기도많이 해주십시오. 너무도 성품도 고왔고, 똑똑해서 공부도, 일도 잘했고, 무엇보다 착하고, 친구들도 많았고,.. 정말 ’멋진’ 놈이었습니다... 정말 사랑했던, 그랬기에 더욱 가슴 아팠던 놈입니다... 성가대 반주했던 정승원 그라시아 남동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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