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동성당 게시판

???과연 그럴까요???

인쇄

손유경 [sue60] 쪽지 캡슐

2000-02-06 ㅣ No.459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구정입니다.  모두들 고향으로 떠나버린 서울은 너무도 썰렁합니다.  

구정은, 꼭 가봐야 할 고향이 있는 사람 또는 구정이 아니면 연휴가 조금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일지 모르지만, 저 같이 꼭 가야할 고향이 없거나 맘만 먹으면 어디든 잠시 들러 볼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엉망인 시간입니다.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도서관의 문을 여는 것도 아니고, 혼자 영화를 보려 해도 뭔가 찜찜하고, 그 흔한 밥집 하나 문을 안 열고...  어쨌거나 저의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완전 딴판이 되어버리는 이 연휴가 저는 도통 정이 가지 않는답니다.

 

물론 고향에 가는 사람들도 불평불만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3시간이면 가는 고향을 7-8시간은 족히 가야하고, 또 그렇게 간다고 오래 머물기나 할 수 있습니까 ?  하루밤 자고 나면 상경 전쟁에 합류하기 위해 벌써부터 초조+불안... 게다가 큰 집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  며칠 전부터 온갖 음식을 다 장만하고 준비해야하고, 세배돈 준비해놔야죠, 대청소해야죠...연휴만 앞두면 왠지 아파지는 사람들을 이해하고도 남을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만나면 즐거운 일만 있습니까 ?  오랜만에 만나 형제끼리는 다투기가 쉽상이고...  

 

혹자는 그런 어려움들도 고향을 그리는 마음만으로 이길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마음이 중요하다면 날잡고 하루에 몰아치기 하기보다는 평소에 그 마음의 반만이라도 기족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보이는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지...(실제로 주말을 이용하면 구정 때의 반시간만에 고향에 갈 수 있고 체류하는 시간만큼이라도 더 편안하답니다.)

 

어찌보면 연휴에 이 모든 일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강박증’이라는 단어는 현대인의 설문화를 연구하는 일부학자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용어입니다.  어떤 학자는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도 없애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냐구요 ?  물론 어린이나 어버이를 하루만이라도 깊이 생각하자는 의도는 좋습니다.  하지만 예를들어 냉정히 생각해보면 , 어린이는 사실상 집안에서 일년 내내 주인입니다.  그런데 따로 어린이날이라는 것을 둘 필요가 있습니까 ?  그런 경우 부모가 있는 어린이는 좋겠지만 고아나, 부모님의 시간상 어린이를 챙길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어린이날이란, 어린이들이 더 고통 받는 날이 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어린이날 역시 부익부빈익빈의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중산층 이상의 가정을 위한 제도....

 

어떤 이는 이렇게 묻습니다.  "그건 알지만 전통과 문화를 어떻게 무시하겠느냐"

 

BUT...전통이라는 것은 정신만 이어올 뿐이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대부분의 겉치레는 생긴지 얼마안되는 형식들입니다.  이 자리에서 일일이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저는 전공상, 전통이란 측면을 경시하는 사람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유달리 애정을 가지고 있지요.  결국 제가 말하고 싶은 것는어떤 행태의 전통이 전통이라는 탈을 뒤집어 쓰고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 가운데 이 사회(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이데올로기대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물론 그것이  그 시대와 사회에서 정책적으로 요구하는 이데올로기인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정책이 다 나쁘다는 건 아니지요... 다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고, 시대와 환경이 변하면 그것 역시 변해야 하는 아주 가변적인 것들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에서 일부만이라도 그 근원과 문제점 그리고 그 이면을 살펴보는 습관을 가진다면 좀더 합리적이고 주체성있는 삶을 살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은 다행히 일요일입니다.  성당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일상적인 삶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되겠지요 ?  신부님, 그리고 수녀님, 사랑하는 소리도둑들과 모든 청년들, 그리고 본당의 모든 신자분들!!!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2000년을 맞아 내 주변과 나자신에 대해서 ’과연 그런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



2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